군인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

전역까지 D-467

by 늘봄유정

"엄마! 이게 뭐야?"

함께 길을 걷던 중, 네 동생이 후드 점퍼 안쪽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것은 자동차 키였다.

흔한 키체인조차도 달려있지 않은 자동차 스페어 키,

오래전 자취를 감췄던 녀석이었지.


네가 입대하기 얼마 전이었지 아마?

"엄마, 차 키좀."

"가지고 다니던 스페어 키는 어쩌고?"

"없어졌어."

"엥? 어디다 흘렸어?"

"모르겠어. 흘릴 데가 없는데..."

"아오... 그거 다시 사려면 돈 드는데... 어쩜 그렇게 맨날 흘리고 다니냐? 아빠가 매일 주의 줬잖아. 주머니에 그렇게 대충 넣어갖고 다니지 말라고~"

"흐흐흐. 그래도 결국 다 찾았잖아."

"지금 웃음이 나오냐! 어디서 술 쳐 먹고 또 흘렸구먼!"

"근데 진짜 흘린 적 없는데? 이상하다?"


그때 넌 흘리지 않았다. 잃어버리지 않았다. 빌려 입고 나갔던 동생 후드 점퍼 안쪽 주머니에 고이 모셔두었다.

네가 잘못한 것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뿐이고

내가 잘못한 것은 너를 믿어주지 않은 것이다.



이 기쁜 소식을 가족 톡방에 올리니 너는 "ㅋㅋㅋㅋㅋㅋㅋ"하며 일곱 번이나 웃어주더구나.

고맙다. 엄마의 구박을 이겨내고 살아줘서.

미안하다. 널 믿어주지 못해서.

자동차 키 말고도 얼마나 숱한 불신을 너에게 날렸을까. 한없이 후회된다.


그런데 말이다.

레펠 훈련 때 주머니에 넣어둔 8자 고리가 떨어져 얼차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도 두 번이나 실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 자동차 키 분실에 대한 엄마의 의심이 근거 없지는 않았다는 변명을 하게 된다.


자동차 열쇠는 잃어버려도 되는 것이었다.

필요하면 다시 사면 그만이지.

그러나, 군대에서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말기를 소망한다.

그게 무엇이든, 너와 군대 식구들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전, 생명이 달린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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