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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6. 2021

신의 가호가 있기를...

수능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큰 아이로 인해 두 번의 수능을 치러봐서 안다. 이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안 가는지를...

지금 공부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다는 걸 알았던 아이는 하루라도 빨리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아이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제 페이스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주변 지인들 중 수험생을 둔 분이 아홉 분이었다. 만나서 밥이라도 함께 나누며 응원을 전하고 싶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전에 어느 작가님이 맛있다고 올려주신 속초의 쿠키를 공수해 돌렸다. 멀리 계신 세분에게는 택배를 보냈다.


택배를 받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능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절을 순회 중이라고 했다. 

"저, 팔공산도 다녀왔어요. 산에서 사슴도 본거 있죠? 뿔까지 크게 달려있는데, 얼마나 신기하고 기분이 좋던지~"

"와~ 산에서 사슴을요?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하시다니, 뭔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좋은 징조네요~~"

"에휴... 그런데 제가 예전에 용문사에서 큰 실수를 해가지고...."

"실수요? 절에서 실수할  뭐가 있어요?"

"말도 마요. 실컷 절하고 기도하고는 마지막에... '아멘'이라고 말한 거 있죠."

"네? 아멘요? 푸하하하하. 죄송해요. 웃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그런 실수를...  교회도 안 다니시잖아요?"

"내 말이요. 툭 하고 튀어나오는데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부처님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참... 그거 만회하느라 더 열심히 절에 다니고 있어요."

"다 이해해주실 거예요~ 걱정 마세요~"


실수를 저질러도 진정으로 뉘우치는 게 중요하며,  뉘우치는 자에 대해 용서를 베푸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가 아닐까. 그러니 부처님은 얼마든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열심히 기도한 후에 관세음보살이나 석가모니불을 찾지 않고 '아멘'을 외쳤다고 해서 매정하게 '땡!'을 외치는, 신서유기의 나영석 같은 분은 아니시기를...


예수님도 마찬가지... 절에 가서 아멘을 읊조렸다고 해서 간절한 수험생 어머니의 기도를 내치지 마시기를 염원한다. 기독교의 사랑이라는 것이 고작 그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지는 마시기를...


진귀한 사슴을 만난 영험함과 전국의 온갖 절을 누빈 어미의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져 수능 시험 대박나고 원하는 결과 얻기를...

나무 관세음보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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