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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29. 2019

D-100 프로젝트
< D-61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아들이, 연애를 시작했다.


어젯밤, 친구가 톡으로 알려준 아들의 소식에 당황스러웠다.

친구가 잘못 알았겠지, 애들이 장난으로 그러는 거겠지... 했는데. 직접 들어가서 본 아들의 SNS에는

'김##님과 연애 중'이라고 떠있었다.


당황, 황당, 허무, 허탈, 공허, 허망...

여태껏 모태솔로로 지내다가 왜 수능을 17일 앞둔 이 시점인 게냐...

제정신인 거냐...

100일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인간이 되는 구미호가 하루를 남겨놓고 탄로 나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슬픈 전설처럼 수능을 코앞에 두고 "꼭 이래야만 했었냐~~!"


독서실에서 밤늦게 귀가한 아들을 붙잡고

"좋냐?", "어떻게 만났냐?", "어디가 그렇게 좋냐?", "키는 크냐, 작냐?", "어디 사냐?" 등등 엄마가 응당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질문들을 쏟아낸 후에야 깨달았다.

수능을 앞둔 아들의 얼빠진 연애에 당황했던 게 아니라,

그저 아들의 첫 연애를 대하는 엄마의 상실감이었다는 것.

엄마의 집요하고 귀찮은 질문 공세에도 허허, 실실, 피식 웃어대며 발그레해진 얼굴로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아들이 낯설었다는 것.


1996년, 대학 2학년 시절 남편과 했던 첫 연애.

딸의 첫 연애를 마주한 내 부모의 심정도 그러했겠지...

매일 "우리 오빠", "우리 준열이 오빠"를 달고 살던 내가 얼마나 쥐어박고 싶으셨을까?

혹은 얼마나 맘 한구석이 허전하셨을까?

연애당시의 일기.  우리 아이도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만...


자식을 키운다는 건,

내가 낳고 길러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온전히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던 아가가 '천사유치원 사랑반의 OO, **초등학교 6학년 1반의 OO, 친구들의 OO, 김@@의 OO'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과정.


도....

수능 17일 전 연애 시작은... 좀 아니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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