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되새김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16. 2021

엽기적인 그녀를 사랑하듯이...

"견우야~~~~ 들려?

견우야~~~ 미안해~~~

나 정말 어쩔  수 없나 봐. 견우야 미안해~~~
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잔가봐~~~"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제목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

벌써 20년이나 된 작품 속의 그녀는...


술에 잔뜩 취해 지하철에 앉아있던 할아버지의 머리에 구토를 하더니 초면인 견우를 향해 "자기야~"라며 쓰러진다.

아이스크림가게에 견우를 끌고 가서는 골똘히 고른 견우의 메뉴를 무시하고 커피를 먹으라며 호통을 친다.

툭하면 "죽을래?"라는 말로 위협을 가하고 견우를 궁지로 모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어느 순간에는 슬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뜨거운 눈으로 견우를 바라보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견우를 종 부리듯 흔들어댄다.


그녀가 아무리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고 제멋대로여도 견우는 그녀의 모든 것을 수용한다. 심지어 술 취해 잠든 그녀를 보며 '이 여자의 아픔을 치료해주고 싶다'고까지 생각한다. 사랑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부러 밝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까지 헤아렸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부모님의 반대와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헤어지게 되고 이별여행에서 그녀는 건너편 산으로 올려 보낸 견우를 향해 닿지 않는 애절한 고백을 쏟아낸다.

 

옛사랑을 잃었다는 사연을 가진 그녀와 그런 그녀를 바보같이 좋아하고 시키는 대로 다 따라 하던 착한 견우. 그 둘의 관계가 코로나19를 가운데 두고 있는 국가와 국민처럼 보였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오늘, 정부는 다시 45일 전으로 돌아가자는 방침을 내놓았다.

백신 패스를 의무화하고 청소년에게까지 백신 패스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괴담인지 무엇인지 모를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국가가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충분한 정보제공도 없이 공익이라는 이름하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다고 해도,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이라는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어서 함부로 국가를 비난하기가 힘들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이 확실한 상황에서 국민은 국가를 그저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국가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중이다.


나 역시,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크고 백신 접종이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가도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면역력이 약해져 미루고 있던 작은 아이의 백신 접종도 예약했다.

국가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가의 결정이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국가도 국민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무리 엽기적인 행각을 하더라도 그녀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품어왔던 견우처럼 국가가 아무리 실망스럽고 이해 못 할 행보를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를 믿어주고 싶다.

( 국가와 정부의 개념을 구분해야 함은 알지만, '이게 나라냐'는 외침은 정부를 향한 것인지 국가를 향한 것인지 애매하기도 하다.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를 향한 원망과 비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이 문제는 논외로 하련다. )


필연은 우연이라는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했던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연인이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 법이고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

견우는 결국 그녀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완성한다.

"운명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연이라는 다리를 놓아주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나라를 믿고 따르면 좋은 끝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각자의 노력을 다하는 국민에게, 종국에는 국가도 답해주길 바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국민을 향한 진심이 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이 운명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함께 이겨내고, 사랑하는 마음도 숨기지 않는 사이가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 아빠 육아 업데이트 > - 홍석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