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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2. 2019

D-100 프로젝트 < D-57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 Sex And The City >

화려함으로 표현되는 뉴욕을 배경으로 그보다 더 화려한 삶을 사는 4명의 친구들 이야기. 휴일 아침마다 브런치를 먹으며 서로의 사랑에 대해 솔직하고 화끈한 대화를 하던 장면이 인상 깊다. 각자의 고민과 난관들도 있지만 친구들이 있어 유쾌하게 해결하고 극복하던 모습.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묘하게 오버랩된다.

(앗! 그 친구들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sexual 한 연애를 즐기는 부류는 아니다... 게다가 우린 5명이다.)


각자의 일상 때문에 일 년에 겨우 4,5번의 만남밖에 허락되지 않지만 고등학교 3년을 함께 버텨냈다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는 큰 힘이다. 졸업한지도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30년 지기인 셈.

둘은 결혼을 했고 셋은 비혼이다.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화의 소재는 결혼 안 한 친구들의 소개팅남 이야기이거나 결혼생활에 대한 계획 등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것들은 조심스러운 소재가 되었고 이제는 관심 밖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생일인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오늘의 주제는 아니, 요즘의 주제는 '건강, 점 이야기, 고교시절 추억'등이다.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서서히 눈이 침침해지며 가까운 글씨 보기가 힘들어지는 나이. 몸 여기저기 물혹 몇 개 정도는 달고 있으며 지방간이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위염, 식도염도 있고 양치질할 때마다 헛구역질이 나온다는 고민도 나온다.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이나 비타민의 가짓수가 늘어나니 좋은 약에 대한 정보 공유도 빠지지 않는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나이 먹으니 춥다, 나이 들수록 더 덥다... 증상도 여러 가지다.


여기저기 용하다는 점술가는 어찌 그리 많은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등장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점술가는 아니고 주역을 공부해 심심풀이로 지인들 사주를 봐준다는 이였다. 비혼인 내 친구에게 "내년에는 말할 수 없는 남자를 사귀게 되고, 3년 후에는 결혼할 수 있는 남자를 사귄다"라고 했단다.

"말할 수 없는 남자? 그게 뭐야?"

"왜 말할 수 없다는 거지?"

"진짜로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말하는 건 아니야?"

"에이... 그건 너무 갔다~"

"연예인인가? 연예인이면 여기저기 함부로 말할 수 없을거아냐~  너 성시경 빠순이니까, 성시경이랑 사귀는 거 아냐?"

"하하하하하하하"

"그런 거 하나도 안 맞아~  엄마가 어디서 점보고 오더니, 내가 남자가 있어도 엄마한테는 말 안 할 거라고 했다는 거야. 난 진짜 남자 친구 없었는데..."

"아... 그러면 '없어서 말할 수 없는 남자'인 건가?"

"하하하하하하하"


함께 보낸 고교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단골 소재다.

시험이 끝난 후 문제풀이를 하며 "1번 틀린 놈 나와!" 하시고선 커다란 양은 쟁반으로 머리를 내리치던 수학선생님. (수포자인 나는 틀린 개수가 많았으니... 계속 나가서... 많이 맞았다.ㅠㅠ)

자습시간마다 방송실에 가있는다고 눈 밖에 나서 눈물 쏙 빠지게 맞았다는 이야기.

공부하겠다고 축제 준비 안 하던 얄미웠던 아이들.

새벽 5시에 타야 했던 등하교 승합차. 가능하면 옆 학교 남학생들과 함께 타는 승합차를 알아보던 노력들...

오매불망 짝사랑했던 '그 아이'

한 명씩 맡아 좋아하던 총각 선생님들.

야자시간 땡땡이치고 또 맞은 이야기.


그러다 문득, 그 시절의 선생님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젊었음에 허탈해진다.


아! 빼먹을 뻔했다.

우리의 단골 소재중 하나는 가수 '성시경'이다.

'성시경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덕에 모두 팬이 되었고 지난봄에는 성시경 부산 콘서트까지 다 같이 다녀왔다. 몇몇은 12월에 있을 여수 콘서트도 예매했다. 예매를 앞두고 톡방에서 모두 또 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난 패스~"
그랬더니 성시경 빠순이인 친구가
"하반기에 우리 시경씨 앨범 나온다 하니까 유정에게 내가 꼭 음악을 선물하여 우리 시경씨에게 빠지도록 해주겠어!!!!!!" 라며 의지를 다졌다.
"나 시경씨 좋아해~~ 애가 고3이라 그려~~"
"아... 내 생각이 짧았소. ㅠㅠ 용서해 주구려..."

시경씨가 그 친구의 맘을 알아주어 그녀의 '말할 수 없는 남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ㅋㅋ


"수업시간 50분은 길어도 고등학교 3년은 짧다."는 진부한 말처럼, 짧은 3년을 함께 했지만 무시 못할 시간을 함께 한 사이다. 사람은 밥을 함께 먹어야 친해진다는데, 2교시 끝난 후 도시락 까먹고, 점심시간 매점에서 라면 먹고, 저녁 도시락까지 하루 세끼를 함께 먹은 사이니 말 다했다. 사물함에 큰 양푼 하나 비치해두고 비빔밥도 수없이 해 먹었다.

여전히 변비로 고생하고 가족여행에서도 화장실이 가장 큰 문제인 '나'이지만, 고등학교 땐 학교에서 볼일도 거리낌 없이 잘 봐서인지 이 친구들과 여행 가면 큰일도 잘 본다.


결혼 후 만난 동네 친구들은 육아, 가사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오랜 시간 자주 보며 정이 쌓인 관계라면,

고등학교 친구들은 생기 발랄, 풋풋하던 시절의 기억을 지켜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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