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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3. 2019

D-100 프로젝트 < D-56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지도 넉 달이 되어간다. 정부는 정부대로 WTO 제소와 외교적인 행보를 이어갔고, 국민들은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로 '화'를 표현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불매운동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거나 불매운동 자체가 정부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라며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적인 표적은 유니클로였다. 불매운동 초기, 본사 임원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은 한국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했다. 뒤이어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한듯한 TV광고는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겨울 시즌을 앞둔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불구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감소했다. 

이런 여론과 수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니클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왕왕 전해지는 근황이다. 백화점을 갔는데 세일이라고 사람이 늘었다거나, 시어머니가 아이들 플리스를 사 오셨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 와중에...

오랜 시간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을 해온 서경덕 교수의 sns에 올라온 글 하나와, 이를 읽고 내게 남긴 대학선배의 글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서경덕 교수는 "유니클로와 GU옆을 지나는데 젊은 커플들이 매장 안에 꽤 있습니다. 물론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이에 선배는 일갈을 날렸다. "다 자유다 뭐다 하는 건 헛소리다.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쯧쯧'이라거나 눈 흘기거나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거나하는 것들이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한 요소이다. 어떤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과도한 순수성? 자기가 매우 naive 하다고 주장하는 정도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출근시간에 고속도로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엉키면 여기저기서 빵빵 크락션을 울렸는데 이것이 결국 교대로 램프에 진입하는 교통정책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선진국들의 규범도 눈치 주기에서 탄생했는데, 왜 나이브하게 이러자 저러자 하면서 순수한척하는지..."


그야말로 '나이브'했던 나였다. 개인의 선택, 개인의 자유 문제 정도로 생각한 거다.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본 불매운동의 문제는 개인 취향 정도의 차원이 아님을 간과한 것이다. 일본제품 이용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상대에 대해 무례한 일,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해버렸다. 나만 소신껏 행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만 안사면 되지 뭘 남에게 강요하는가 했다. 대의를 위하더라도 개인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싶지는 않은,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사회의식을 가진 사람'의 이미지도 구축하면서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심한 나...


다시 들여다보니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구호 자체에서 개인주의의 냄새가 난다.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가지 않고 사지 않겠다고~~ 

제가 그러라고 눈치 주는 건 아니구요, 본인이 판단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라구요~~" 라는 듯한...


구호를 바꿔 부르련다.

가지 맙시다! 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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