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나러 나간 너의 방에 들어갔다가 낯선 풍경을 보았단다. 풀러 놓은 짐은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데 침대 위 이불은 곱단이 접혀 있더라.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그 기본적인 것도 가르치지 못한 엄마가 창피한 줄도 몰랐다. 그저, 반년 간의 군 생활이 너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는 것만 신기했지.
엄마는 당장 가족 톡방에 이불 사진을 올렸다.
낯설다 너란 남자 ㅍㅎㅎㅎ
네게서 당장 답이 왔지.
습관의 무서움
단 170여 일 동안 너는 사뭇 달라져있더구나.
자고 일어나 이불을 개는 것 말고도, 눈이 반짝반짝해졌으며 말에 힘이 느껴졌다. 군대에서 다양한 배경의 또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삶을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으며 인생의 큰 꿈을 꾸게 되었노라 당차게 말했지. 아빠의 눈에는 그런 거창한 포부를 밝히는 모습조차 아직도 덜 큰 아이로 보이는 것 같더라. '에휴... 아직도 멀었네...'라는 아빠의 속엣말이 엄마 눈에는 보였지. 하지만 엄마의 눈에는 분명 입대 전과는 다른 너만 보였단다. 이제 갓 스물두 살이 된 너이지만 같은 시절의 엄마와 아빠보다 훨씬 깊고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변한 줄 알았는데....
다음날부터 이불은 개어있지 않았고, 너는 여전히 친구와 술을 좋아했으며, 입대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더라. 그제야 그 말이 무슨 말이지 알았다.
습관의 무서움...
170일은 너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단 하루 만에 이전으로 돌려놓을 만큼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아들의 입대와 전역을 경험한 엄마들이 한결같이 하던 "아들이 바뀐 것 같죠? 그거 딱 2주 가더라."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얘가 군대를 간 적이 있기는 한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너는 그대로였고 나의 그리움은 자취를 감췄다. 네 입대 전과 같이 집안은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빨래는 늘었고 화장실은 지저분해졌다. 난 냉장고 가득 고기를 채워 넣고 있으며 식사 준비가 즐거워졌다. 모두가 익숙했던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기하지?
하지만 우리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다.
나는 너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방치워라, 일찍 들어와라, 술 조금만 마셔라, 휴대폰 좀 그만 봐라'와 같은 말들이 지금 우리에게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일주일 후면 복귀할 아들에게 잔소리만 남은 휴가를 주고 싶지는 않아서지.
너는 가족의 일상을 깨뜨리지 않으려 조심한다. 늦은 밤 집에 친구를 데려와도 되겠냐고 물으면서 "OO 이에게 방해되지 않을까?"라고 고3 되는 동생을 걱정했지. 다시 낯선 남자의 향기가 전해졌지 뭐냐. 입대 전 8명의 친구를 데리고 와 밤새 시끌시끌했던 너는 없었다.
일주일 후면 다시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헤어질 사이임을 아는 우리는, 오래된 습관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변화를 맞이했구나.
네가 복귀하고 나면, 나는 그제야 알게 될 테지. 네 입대 전의 일상이 그리운지, 네가 입대한 후의 일상이 그리운지... 어떤 습관이 튀어나와 나를 흔들어놓을지 벌써부터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