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가는 나쁘다.

전역까지 D-362

by 늘봄유정

"집 가는 중이다. 이젠 부대가 집이지..."

친구와 통화하며 너는 그렇게 말했지.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자대로 돌아가는 길, 씁쓸함과 체념을 가득 담아 던진 네 말이 자꾸만 생각난다.

입대할 때보다 더 가기 싫다며 부대를 향하는 내내 조용히 토해내던 네 한숨도 기억한다.


몇 번의 외박과 몇 번의 만취.

몇 번의 가족 식사와 몇 번의 대화를 끝으로 휴가는 끝났다.

널 보내는 아쉬움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못 먹어서 아쉬운 거 없어?"라는 질문으로밖에 표현이 안되었고, 집 떠나기 전 엄마 밥을 차려주는 것으로 내 몫의 아쉬움을 끝낸 줄 알았다.


긴 복귀 행렬에 서 있는 너를 보다가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오르더라.

'줬다가 뺏는 게 어딨어!'라며 혼잣말을 하다가 울고 말았다.

입대할 때는 애잔하기만 했는데 첫 휴가 끝은 처연하다.

어지럽고 지저분한 네 방을, 당분간은 정리하고 싶지 않구나.



집에 돌아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엄마 아빠 베개 위나 식탁 위에 < 부모님 전상서 > 같은 거라도 올려져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없더라.

과한 기대를 한 나 자신을 꾸짖었다.

그저, 건강히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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