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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12. 2022

<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 1,2부

책을 정할 때의 기준은 가능하면 300페이지를 넘지 않을 것, 어렵지 않을 것, 재미있을 것이었습니다. 움츠렸던 사고에 기지개를 켜는 첫걸음이니 어려운 책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정치를 일상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시작한 일이니 지적 허세를 부리기에 적합한 책을 찾을 이유도 없었지요.

그래서 찾은 첫 번째 책은 '서울대학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줄여서 서가명강 시리즈 중 강원택 교수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입니다.


1부 대통령, 한국 정치의 드라마틱한 주인공
2부 선거, 격변을 예고하는 중요한 시그널
3부 정당, 정치의 역사를 쓰다
4부 민주화, 일상에서 '촛불'을 만나다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네 가지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p99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인물 중심적인 특성을 강하게 지니게 된 것은, 원래 고안했던 견제받는 대통령제가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등에 의해 독재 정치의 시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특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1987년의 민주화에 대해 저자는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일부 조항의 수정이나 폐기는 이끌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의 회복에 그쳤다는 것이죠. 강화됐던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는 미온적이었기에 여전히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이 현실이라고(p96) 말합니다. 그러면서 "의회가 총리를 선출하여 내각을 구성하게 하고 의회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각제적 속성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지명이나 법률안 거부로 혹은 의회 해산권 등 총리와 내각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다만, 정권 획득을 향한 열망이 심한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정당을 생각했을 때 과연 이상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입법부에 있어 행정부까지 한 당에서 장악했을 때 독재보다 더하지 말란 법은 없어 보이거든요.


p182 선거 정치는 우리 정치사에서 커다란 정치적 격변이 있기 전에 의미 있는 시그널을 보내왔다. 또한 4.19 혁명이나 6월 항쟁 모두 선거와 깊은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다. 민주화와 함께 절차적 민주주의가 복원되었고 이제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선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정치적 경쟁의 장이 되었다.··········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개방적이고 공정한 대표성의 확립,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의 자유, 비례성의 확보 등 민주적 가치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 정치를 개혁해 나가야 할 때다.

선거는 민심을 반영하고 정치적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장치, 선거제도의 개혁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이유죠. 저자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합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입니다.


지금도 짜증 나는데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실과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국회의원들의 행동 때문에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p184). 이에 저자는, 국회의원 수가 늘어난다면 즉, 많은 이에게 기회가 열린다면 권위적인 모습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게 되므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줄 수 있다고도 이야기하지요. 국회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 규모가 작을수록 국민 모두가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이상적인 민주주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제시한 방법이 연동현 비례대표제였는데, 이 책이 출간된 2019년에 저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거죠.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머리가 얼마나 비상했는지를요.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가 등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권력을 가진 조직이 스스로 권력의 한계를 규정하고 이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p85) 하지만 저는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최선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요.


'1부 대통령과 2부 선거'는 2022년 2월을 살고 있는 저에게 '바로 지금'의 문제를 고민하게 해 주었습니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어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우리나라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돼야 그 권력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사용할까. 긍정적으로 사용한다는 게 뭘까. 다수 국민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다수 국민의 이익은 무엇일까. 선거란 민심을 반영하는 시그널이라는데,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어야 국민들의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걸까. 이번 선거가 끝나면 우리나라는 어떤 격변을 맞게 될까.


질문만 던지고 끝나니 허무하시겠지만, 제가 뭐 안다고 답까지 던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이런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요. 나의 입장에서 출발한 나만의 관점, 거기서 나온 결론을 들고 핏대 세우지 말고 일단 질문부터 쏟아내 보는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정치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상대를 부정한다고 내가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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