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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19. 2022

<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 4부. 민주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자명한 사실을 체감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과연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인지, 위임된 권력이 잘 행사되고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죠.

권위주의 시대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한 1987년 6월. 이후로 30년 넘게 흘렀지만 그때보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더 발전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4부에서 제시합니다.


<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4부. 민주화, 일상에서 '촛불'을 만나다.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타협'이었다. 한국의 민주화는 본질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화 세력은 권위주의 세력에게 전면 항복을 요구할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권위주의 세력 또한 민주화 세력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정도의 힘은 없었다. 양측의 힘이 일정한 균형점에 도달했을 때 두 세력은 정치적 경쟁 방식의 민주화, 즉 직선제 개헌으로 상징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p290)

우리 국민은 중요한 순간마다 광장으로 뛰어나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변화를 이끌어냈지요. 2016년의 촛불집회가 어느 날 갑자기 진영논리에 휩싸여 시작된 것이 아닌 이유입니다. 국민 주권이 실현되는 절차, 즉 선거를 직선제로 개헌한 것과 그것이 시민의 힘으로 얻은 성과였다는 것은 분명 위대한 역사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제도의 정치'가 제 역할을 해서 '거리의 정치'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시민이든 정치인이든 거리로 뛰어나갈 게 아니라 정당과 의회 같은 정치 제도가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의 충돌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이죠.(p306)


어쨌든 87년 국민의 힘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루어 놓았는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국민들은 답답했던 것입니다. 80년대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제도 정치 안에서 보여준 모습에 크게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를 내재화하고 심화시킬 생각보다는 "내가 마! 87년에 마! 광화문도 나가고 마! 최루탄도 맞고 마! 깜빵에도 가보고! 다 했어!"라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다는 결과에 도취한 채로 30년이 흐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당 정치인사들에게 환멸을 느끼게 된 것이 이 부분 아닐까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정치인이 된 순간 자신들의 87년 경험이 그들의 모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게다가 누구든 정치를 하면 권력 쟁취를 위한 다툼에만 혈안이 돼 보입니다. 그러니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저자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공공의 영역에 속하 사람들, 국가 지도자들,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와 관련해 희생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p315)

국민들이 늘 소망하던 바죠. 제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책임과 의무를 개인이 아닌 공공을 위해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다른 하나는, 시민의 역할입니다.

선거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들이 공약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 속에서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이제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가에 모든 것을 의존해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 개인이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기여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p317)

더이상 정치를 국가와 정치인의 영역으로 떠넘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라 합니다. 

자라는 동안 아버지가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일단 인간이 돼라!"

'정직'과 함께 개념과 상식이 있는 인간의 도리를 강조하셨지요. 저자의 의견도 비슷한 결이 아닐까요. 정치인이든 시민이든 이제 싸움 좀 그만하고 인간이 되라고 말입니다. 제도 탓 그만하고 민주화 정도에 걸맞은 의식을 확립할 차례라고 말이죠.


이제 곧 선택의 시간이 오고 한 사람만이 대통령으로 결정되겠지요. 누가 되는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된 정치체제가 되도록 이끄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더욱 정치를 드러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때마침 독서모임에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띄더군요.

"오늘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양극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만약 당신이 뭔가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도전해보기를 제안한다. (중략) 매일 5분 동안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 문제를 생각해보라. 당신의 머릿속에서 그들과 논쟁을 벌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만큼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당신과 정반대 신념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방법이 그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뇌과학에서 도출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상대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은 나의 뇌와 상대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니 해볼 만한 방법 같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정작 개인의 삶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행위를 삼가야겠습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말은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만 권리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개개인에게 똑같은 권리가 주어진 것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러니 나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상대를 비난하고 선을 긋기보다는 그 이유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 다음 달 친구들과 함께 읽을 책은 마키아벨리의 < 군주론 >입니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주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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