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에 있었던 친구들과의 첫 책모임이 끝나갈 무렵 제가 벗들에게 던진 질문은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였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처방이 내려질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 국민의 다양한 욕망이 정치 agenda(의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양당 구도'
* 상대를 부정하는 노력만 많아지는 것
* 정치인들 간 소통의 부재
* 그들만의 합종연횡
* 조작된 혹은 확실치 않은 여론에 편승해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내가 바로 서지 않아도, 상대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지도가 올라가버리는 양당 구도,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할 책임을 져버린 언론, 꼴 보기 싫으니까 욕하고 외면해버리는 국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죠. 이럴 땐 어처구니없게도 삼박자가 탁탁 맞네요.
문제점 1. 기득권 양당 구도
처음으로 읽었던 책 <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에서도 언급했듯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다당제 구현이 시급합니다. 절대다수석을 확보한 여당이 있는 한, 혹은 반대의 경우에도 발의된 다양한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기조차 힘듭니다. 당리당략에 따라 버려진, 시급하고 좋은 민생법안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문제는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죠. 제도의 결함이 밝혀졌으면 제도를 손보면 그만인데, 그 수리공이 제도를 바꾸면 일자리를 잃을까 염려돼 한사코 싫다고 버티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문제점 2. 책임을 져버린 언론
익히 알고 있듯이 언론은 정확한 사실 보도, 여론의 형성과 전달, 정부 감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헌법은 언론이 책임감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이익, 이해관계 즉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사실을 전하기보다는 편파적인 사실을 보도해 편향된 여론을 형성할 수밖에요. 정부 감시도 소홀할 수밖에 없지요. 흔히 '기자정신'이라고 말하는 것에 회의감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이기적인 동물이 어떠한 이해관계에도 흔들림 없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기득권이 된 마당에, 개혁이 가능한 일인지 답답함만 커집니다.
문제점 3.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 이 말이 참 싫습니다. 솔직히 이 문제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가까운 사람과 정치 얘기하다가 갈등이 생길까 봐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지 각자의 마음속에 호/불호는 모두 품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무능하다거나 부도덕해. 그래서 난 정치에 신경 껐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죠.
어쩌면 정치적 무관심은 강요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라는 말이 곧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건 좀 별난 사람이란 뜻이야."로 해석되어서 정치를 터부시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치에 관심이 없어!"라는 말을 듣거나 뱉는 순간 국민들은 늘 '정치'를 떠올리게 됩니다. 조지 레이코프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결국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와 평화롭게 대화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서 정치에 무관심하는 척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정싸움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사실을 갖고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사실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고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독서모임 회원 한 명은 '정치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경험 자체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시민사회가 정당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이 많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정치 = 국민의 삶'이라는 인식을 정립하기 위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관심을 드러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여기까지가, 기껏 정치 독서모임 한 번을 하고 겨우 책 한 권을 읽은 제가 정리한 '한국정치의 문제점'입니다. 아마 계속 책을 읽고 고민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 더 근본적인 것들이 눈에 보이겠지요. 기대됩니다. 더 많은 문제점이 보이는 게 반가운 상황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래 없는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는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민하기 싫어, 정치얘기는 딱 질색이야라고 생각하시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제점, 그게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