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의 성격
중앙일보 1967.04.28
투표율은 체온과 같다는 말이 있다. 몸에 고장이 나면 고열이 나는 것과 같이 한나라의 정치가 어렵고 많은 문제를 내포하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이 높은 투표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추측하는 도리밖에 없으나 대체로 80%를 넘는 과거의 전통과 최근의 동태로 미루어 보아 꽤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하리라 짐작된다. 덮어놓고 투표율이 높은 것이 반드시 경하할 일이 아님을 인식하면서도 우리는 몇 가지 조건 아래 기권자의 수가 적기를 바라고자 한다.
첫째로 투표 참여자는 입후보자나 문제점 등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깊은 예비지식 없이 그리고 확고한 결심 없이 투표하는 행동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해치는 결과밖에 안 가져오는 것이다. 국민 각자의 깊은 자각에 입각하여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인 만큼, 선거 계몽도 이점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둘째로 더 큰 문젯점은 기권자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여 이들의 깊은 자주적 관심을 투표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선거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기권하는 경우는 제쳐놓아야 하겠으나 충분한 이해를 가지면서도 자기의 한 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까닭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정치는 그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투표를 포기하여 통치자의 선정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잦아질수록 국민이 주권자 아닌 노예로 전락한다는 무서운 결과를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기권의 항의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음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기권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현존하는 어는 정당도 또 입후보한 어떤 인물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물론 있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혁명이 아니라 개선을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양자택일을 불가피한 전제로 한다. 어느 정도의 불만이 있더라도 자기의 의사를 표를 통하여 반영시킴으로써만 정당의 변화도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입후보자가 가장 좋아서가 아니라 그중에서는 결점이 덜하기 때문에 투표하는 유권자의 경우도 많다는 것을 여기서 강조하고자 한다.
이상적인 통치자를 소망하는 나머지 신의 출현을 기다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구별의 유권자수가 발표되었고, 중앙선관위는 기권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정치적 관심이 높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권유하면서,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포악하고 옳지 못한 정부에 대하여 항의할 자격이 없다』는 격언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