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Mar 10. 2022

우리의 삶은 당신의 그것보다 아름답다?

다들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압니다. 어떤 이는 눈을 부릅뜨고 버텼을 테고 어떤 이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휴대전화로 속보를 확인했을 테죠. 새벽 4시쯤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들어도 좋았을 테지만 쉬이 잠이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의 지루하고도 신경 쓰이던 지난밤은 끝났습니다.


아침부터 지인들의 개인 톡이 날아옵니다. 단체 톡방에서는 함부로 떠들 수 없다고 생각한 말들일 겁니다. 어디에든 쏟아야겠는데 싫은 소리 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냈나 봅니다. 한껏 토해내고 저의 맞장구를 받아 들고는 잠잠해졌습니다.

저는, 아침부터 답답한 속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을 남편밖에 알지 못합니다. 남편은 제가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엄청나게 쏟아낼 사람임을 아는데도 그렇습니다. 얼굴 보고 말하는 건 피하고 싶어서 남편의 출근 준비 소리를 듣고도 자는 척했는데 결국은 먼저 톡을 보냈습니다.


원색적인 말을 쏟아내는 저에게 남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보낸 말은 담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분열을 넘어 통합의 시대로 갑시다.

 생각해봐. OO보다는 나을 거야. 우리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자식의 잘못은 부모로서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양심을 속이며 살지는 않잖아. (그도 그럴 거야.)

 이준석 보고 희망을 가져. 잘 견제해 줄 거야.

 삼권 분립이 이루어질 거야.

 세상이 더 좋아질 거야.

 원전도 다시 가동해서 전기세 내느라 허덕이는 일은 없을 거야.

 47.83%라는 반대 여론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통합을 위해 애쓸 거야.

 집단지성을 믿어. 어쨌든 48.56%가 선택한 대통령이잖아. 그게 여론이야.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 바가지 듣고 나니 목이 멥디다. 괜히 군대 간 아들도 보고 싶고 아침 댓바람부터 소주가 마시고 싶었죠. 하지만 남편의 마지막 말에 정신이 퍼뜩 났어요.

"여보!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편 가르기 하는 것 자체가 적폐야."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을 때, 서운하고 속상하죠. 당선자의 흠결을 확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 속이 좀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의 선택이죠.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발을 뺄 생각은 말아야겠습니다. 절반의 선택이더라도 위임하는 권력은 100% 인데 남의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라는 노래가 있어요. 코나라는 그룹의 노래에 이소리가 피처링한 곡이죠. 글을 쓰고 제목을  '우리의 삶은 당신의 그것보다 아름답다'라고 쓰려다가 마침표 대신 물음표를 넣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편 가르기를 하는 제 모습에 화들짝 놀랐거든요. 혜남세아 작가님이 얼마 전 쓰신 '동네'라는 글도 떠올랐습니다. 우리와 너희를 구분해서 담을 쌓는 일, 편 가르기를 하는 적폐를 제가 또 하고 있더라고요. 정치 공부를 시작해서 바람직한 민주시민이 되고 싶다던 저의 치기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지난밤은 당신의 낮만큼이나 아름답고 치열했습니다.

우리의 삶과 당신들의 삶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우리 중 하나인 당신도 고민하리라 믿습니다.

당신도 우리와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함께 가는 거야
나를 믿어
내가 주는 느낌
그걸 믿는 거야
내겐 너무 아름다운
너의 밤을 지켜주겠어

우린 오늘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나와 함께 해줘

이미 알고 있어
흔들리는 너의 눈에 담긴 두려움
우린 오늘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나와 함께 해줘

다시 한번 자신 있게 말하지만
나를 믿고 있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나와 함께 해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