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9일부터 시작된 보글보글 글놀이가 1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섯 명의 고정 작가가 매주 같은 주제로 함께 글을 쓰는 공간, 시간입니다. 로운 작가님의 진두지휘 하에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 요일을 맡아 글을 쓰고 있지요. 혼자서라면 언제든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함께 했기에 매주 수요일을 막중한 책임감으로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주제 다른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어떤 주제든 마다하지 않고 써 내려가는 우리가 신기하지요.
제게는 함께 쓰는 즐거움과 함께 함께 읽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모임들이 있습니다.
2017년 큰아들의 고등학교에서 제가 만들었던 학부모 독서모임 <책울림>이 그중 하나입니다. 제가 학부모회장이 아니었던 2019년과 코로나 때문에 대면이 힘들었던 2020년, 2021년의 공백기가 있습니다만 작년 말 재개된 이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모임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엄마의 역할', '교육의 의미와 가치'로 귀결됩니다. 책 선정 기준은 '가능하면 쉽고 잘 읽혀야 할 것'입니다. 완독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참석률을 높이기 위함이죠. 저를 제외하고 매년 구성원은 조금씩 바뀝니다만 늘 꾸준히 대여섯 명씩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른 하나는 작년 말부터 시작한 <공독주의>라는 모임입니다.
같은 과 91학번 선배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들어가게 된 오픈 채팅방에는 온통 모르는 사람뿐입니다. 흡사, 묻지마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처럼 서로의 정체를 전혀 모른 채 매달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명이 남성이라는 것과 아는 선배 한 명이 더 있다는 것, 어떤 이는 강남 대형학원의 일타 강사라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줌 화상회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들 바쁘셔서 톡방에서 열띤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거기에 끼지도 못하고 공부하는 심정으로 따라가는 중이죠.
마지막 하나는 올해 초부터 시작한 < 95 동기 독서모임 >입니다.
아직 이름도 짓지 못했지만 매월 화상으로 전공인 정치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습니다. 9월과 10월엔 융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자고 해서 살짝 옆길로 샜지만 다음 달에는 다시 현실 정치 관련 책으로 돌아가자며 책 선정 투표가 진행 중이죠. 20대 초반을 함께 했던 동기, 후배 7명의 모임에서는 매월 현 정부 규탄대회가 벌어집니다. 아직은 현실 정치의 문제를 파악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는 해결책도 구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융 심리학 관련 책을 읽었던 9,10월에는, 한때 정치학도였던 이들이 40대 가장이 되어 겪는 아픔과 절규를 들었습니다.
한 달에 세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는,
첫째, 최소한 세 권의 책은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납기일이 정해져 있어야 일이 완성되는 것처럼 독서에도 마감시한이 있어야 쫓겨서라도 읽게 되더군요. 숙제처럼, 일처럼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Input을 확대하고 싶은 열망이 부담감을 압도했습니다.
둘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됩니다.
모임 구성원에 따라 책의 분야가 다릅니다. 학부모 모임에서는 시, 소설, 에세이등의 문학작품을, 동기모임에서는 정치학 관련 책을 주로 읽습니다. 묻지마 모임에서는 철학, 뇌과학, 메타버스, 역사, 메모 기법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 듭니다. 혼자 읽는다면 절대 집어 들지 않았을 책을 접하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완독하지 못한다 해도 주워듣는 게 생기고 완독한다면 더없는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셋째,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제 머리로만 이해하고 제 마음밭만큼만 책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함께 읽게 되면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와! 저렇게 해석을 한다고? 헐! 그런 뜻이었어? 헉!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지?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함께 하는 이들의 지적 수준에 감탄하거나 자극받고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측면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직됐던 사고에 마사지를 해줍니다.
이번 주에는 <월든>을 읽고 일요일 밤에 화상회의를 합니다. 그다음엔 <순례 주택>이라는 책을 읽고 다다음주에 학부모 독서모임에 참여하지요. 그러면 바로 동기모임에서 정한 다음 달 책을 읽습니다. 중간중간 짬이 날 때는 평소 읽으려고 쌓아둔 책을 기웃거립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마감이 있어야 책을 읽는 습관때문인가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