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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19. 2022

공부에는 '한 때' 없다!

보글보글 글놀이 '한 때'

2020년 1차 시험 합격, 2차 시험 불합격

2021년 2차 시험 불합격

2022년 1차 시험 합격, 2차 시험 합격

2020년에 첫 도전을 시작한 남편의 '경영지도사' 자격증 취득 도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아침 출근 전 한두 시간, 퇴근 후 두세 시간의 짬을 내어 도서관과 스터디 카페를 오가며 일군 성과입니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 아내와 방에 앉아 공부하는 아들을 보고 물었죠.

"우리 집에 면학분위기가 조성된 게 내가 자격증 공부를 한 덕분이야, 아니면 다들 공부해서 나도 공부를 시작한 걸까?"

저는 아이들의 입시가 그 시작이었다고 말했고 남편은 '내가 먼저인 것 같은데...'라는 표정으로 돌아섰습니다. 누가 먼저면 어떻겠습니까. 다 함께 자신의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사실 2020년 당시 남편은 공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재미를 붙여 몇 년간 하고 있던 마라톤은 목디스크 재발과 무릎 통증으로 그만두어야 했죠. 코로나로 다른 운동을 하기도 힘들었으며 회식도 사라지고 외출도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집에 오면 재수하는 큰아들과 고등학생이 된 둘째 때문에 TV 틀기도 힘들었고 주말에도 자신과 놀아줄 가족이 없었습니다. 아내의 머릿속에는 아들들, 디베이트, 봉사, 고스톱 이런 것들만 들어있었거든요. 그러니 혼자서 돈 안 들이고 생산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자격증 공부였던 겁니다.


7월, 경영지도사 2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남편은 또 다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영지도사 합격여부가 발표되는 10월까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거였죠. 10월 말에 있을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위해 민법과 부동산학개론 책을 사들였고 무료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지도사 때와 마찬가지로 '최소비용 최대 효과'를 위해 사설 강의를 듣거나 돈 내는 인강은 듣지 않습니다. 책도 깨끗하고 괜찮은 최신 버전 중고를 구입하죠. 주말에 6시 50분에 묵직한 가방을 짊어지고 나갑니다. 7시에 여는 도서관 열람실에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자신보다 늘 일찍 오는 어떤 아저씨가 있는데 지나가면서 쓱 보니 민법 공부를 하고 있다며 아마 그도 같은 공부를 하는가 보다견제를 합니다. 게다가 하루에도 십 수 번씩 공부를 하다가 느끼는 소회를 전합니다.

"민법, 재미있는데 너무 어려워."

"우리 대학생 때 왜 법 공부를 안 했나 후회스러워."

"아들들아 너희들은 꼭 법 공부를 해라."

그러다가 묻지도 않은 다짐과 계획, 포부를 밝힙니다.

"올해 공인중개사 1차를 보고, 내년에는 노무사 1차와 공인중개사 2차에 도전할 거야. 내후년에는 노무사 2차를 준비하고 ~~~~~~~~~~"


막내아들의 자격증 도전기를 보며 여든을 훌쩍 넘긴 어머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떨어지면 또 도전해라. 누구는 아홉 번 만에 사법고시 합격는데 너도 아홉 번은 해봐라. 무슨 자격증이라고?"

그렇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더니 합격했다는 소식에는 심드렁하셨습니다.

"경영지도산가 뭐가 그게 뭔지 아무도 몰라서 그냥 회계사 시험 합격했다고 했다. 그거랑 그거랑 다르냐?"

다른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 요즘도 아범은 새벽에 가방 짊어지고 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우리 가족들이 다 그래요. 도대체가 집에 있지를 못해. 다들 새벽 되면 가방 짊어지고 나가. 나는 새벽 첫차 타고 운동 가지 작은 누나도 다섯 시만 되면 어딜 그렇게 가는지 집을 나서. 큰누나는 출근하기 전에 운동 갔다가 간대요. 그런데 봐라? 새벽같이 가방 메고 나가도 성공한 사람 한놈 없다!"

라며 부지런하게 살아봐야 별거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래. 뭐라도 해라. 놀면 뭐하냐. 그러게 왜 젊었을 때 공부 안 했어! 공부는 한 때야 한때. 그때 안 하고 왜 쉰 돼가지고 공부한다고 그러냐?"

공부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결론은 열심히 해보라고 하십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하지만 공부에도 때가 있을까 싶습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한글을 공부해 시집을 내는 어르신들이 있고, 늦은 나이에 수능 준비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알고 싶은 욕망, 배우고 싶은 욕망,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더 똑똑해졌으면 하는 열망은 죽을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지 모르지만 때를 놓친 공부는 언제든 하면 됩니다.

그러니, 공부 안 하겠다는 아이는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는 응원하는 게 최선입니다.

실패했다고 낙담하는 아이는 꼭 안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공부에 '한 때'란 없으니까요.

있다면 그건 자신의 마음이 동할 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샘솟았을 때뿐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김장훈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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