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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Oct 18. 2022

한 때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보글보글 10월 3주 차 글놀이 '한 때'

ㅇ 아무것도 모르던 때

기억이 거의 나지 않지만,

엄마의 젖을 먹던 시절.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때였습니다.

근심 걱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딱 여기서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엄마는 힘이 드시겠지만.

엄마의 젖을 열심히 먹으며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확보할 수 있었죠.

이 힘은 제 삶에 중요한 밑천이 되었습니다.


ㅇ 뭔가 조금 알기 시작한 때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걱정과 근심을 동반하게 됩니다.

'너 머리가 커졌구나'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망가지게 되죠.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철부지.


부모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나의 불편만을 호소해야 하는 때에,

저는 부모의 어려움을 헤아려버림으로써

효자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철부지는 철부지다웠어야 하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ㅇ 머리가 진짜로 커졌을 때

소위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머리가 커질 대로 커져서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죠.

누군가 방해하면 짜증을 내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면 부아가 치밀고,

정작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은 하기 싫은 때.(이건 일반화의 오류 가능성이 있네요.^^)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때와 다르게, 다른 사람의 이익도 생각하게 되기에

정신적인 충돌이 많기도 하죠.

삶에 있어서 이때가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이때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고등학교 때이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못했다고 인생을 더 나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잘했다고 더 좋게 사는 것만도 아니니

이것보다는,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 어떠한 생각을 키워가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사춘기라는 것을 전혀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고(누가 받아줘야 하든지 말든지 하죠.^^)

주경야독을 하느라 친구를 만나서 놀 시간이 없었고,

교과서 외에는 다른 책을 볼 엄두도 못 내었던 저는

공부는 그런대로 했지만,

사회성이 결여되고 생각의 범위도 좁게 형성되고 말았습니다.

살면서 조금씩 개선해가기는 했지만,

이때 못한 것을 나중에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한계가 있었지 않나 싶어요.


ㅇ생각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사회라는 곳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만나는 사람,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죠.

평생 벌어먹고 살아야 할 직업을 위해 실력을 연마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하고 부딪히며 인간관계의 기술을 발전시켰죠.

그런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춘기를 제대로 지내지 못한 데다가

여전히 집에는 일찍 들어가야 했고,

9시, 10시, 11시가 넘어갈 때마다 집에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공중전화에서만 전화를 할 수 있었기에,

2차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공중전화가 보이면 줄 서 있다가 했죠.

그 모습을 여러 번 본 선배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을 못한 것이었죠.

알코올 알레르기는 인간관계에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동아리도 술을 강권하지 않는 곳만 가입을 했죠.

많지는 않지만, 지금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때 만났고

지금도 술을 서로 잘 권하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재미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술 마시며 친해진 사람보다 좀 덜 친해진 느낌이랄까.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보여주지 않아야 할 모습은 철저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친해지는 깊이에 한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여 술을 잘 마시는 사람보다 더 건강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ㅠㅠ


생각이 커지면서 아버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이미 아버지가 엎질러 놓은 물을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장남으로서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인생을 제대로 세워가기 위해서

수많은 고민과 결정을 했습니다.

이 결정 중에는 후회되는 것도 있습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절대로 가고 싶지 않지만), 제 자신만을 고려하여 결정을 할 것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저에게 질문을 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고려하여 가장 좋은 선택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그 선택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하게, 잘 알아보고 해야겠지요.


중간 생략.


ㅇ 생각이 굳어지고 있을 때

살아온 날도 많고, 겪은 일도 엄청나고, 많은 것들을 다 극복하고 난 지금은

생각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잘 늙어가기 위한 조건은,

생각이 굳어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런 면에서 브런치는 참 유용한 곳입니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굳어지려는 생각을 주물러주거든요.

덕분에 많이 말랑말랑해지고 있죠.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눈은 감고 귀와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노년.

이제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사람은 때에 맞게 살아야 가장 잘 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브런치 사태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다음과 같이 건의를 했네요.

들어주려나???


보글보글 매거진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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