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한때"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어른들이
"다 한때야.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거야."
라고 하셨던 기억이 엄마에게도 있어. 그때 생각했었지. '한때긴 무슨, 힘들어 죽겠구만...'
그런데 앵글아,
힘들수록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건 맞는 것 같아. 다시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어쩌면 아마도 엄마는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아. 그때로 돌아가도 딱 그만큼 공부했을 거고, 아마도 서울대는 못 갔을 거야. ㅎㅎ 여전히 야간 자율 학습하면서 소설책을 읽었을 것 같고,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총무 몰래 나와 추위에 덜덜 떨며 옥상에서 사발면을 먹고 있을 거거든. 그래도 그랬던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걸 보면 그저 힘든 시간만 보냈던 건 아니었나 봐.
네 친구들이 학원을 오가며 모의시험을 볼 때, 너는 홀로 방에서 네 자신과의 씨름을 하고 있잖니? 오롯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널 응원해.
3학년을 맞이하며 수시를 포기할 때 했던 말 생각나니?
"엄마, 지난 2년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학교의 각종 대회, 학생회, 내신관리까지 최선을 다했어. 조금 아까워서 울긴 했지만 실컷 울고 나니 이제 버려도 괜찮을 것 같아. 다 버리고 정시 준비할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엄마도 아까웠어. 9월 수시 원서 낼 때 '한 곳만 내 보자'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삼키기도 했단다. 하지만 '네 선택'이고, '네 인생'이기 때문에 꾹 참았어. 엄마는 네가 선택한 네 인생을 응원할 거야. 혹 결과가 원하는 만큼이 아니어도 괜찮아. 인생은 아주 길단다. 올 한 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해도 앞으로의 네 시간은 충분히 많기 때문이지. 인생 100년으로 생각하면 그깟 1년, 있어도 없어도 그리 티 안나는 시간이야.
그러니까 앵글아,
힘들지만 행복감을 갖고 30일을 보내보자. 힘들면 쉬어도 괜찮아. 그리고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말하렴. 엄마는 너와 함께 신나게 놀아줄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있단다. 사랑한다... 나의 딸...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그날을 함께 기다리며... 엄마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