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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17. 2023

잃은 게 아니야. 늘 함께 하는 거야.

< 몽글몽 - 김두경 (두두니) >

지난가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 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김두경 작가님의 <몽글몽>이라는 책입니다. 브런치에서는 '두두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시지요. 9월에 신청해 둔 책을 이제야 빌려 읽어 면구스러웠습니다만 아는 작가님의 책, 제가 직접 신청한 책을 빌리는 기분은 꽤 좋더군요.


<몽글몽>은 엄마를 잃은 아기구름 몽글몽의 이야기입니다. 몽글몽은 엄마와 닮아 보이는 세상의 온갖 것들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가 말을 겁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은 자신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리로, 모양으로 알려줍니다.

복슬복슬 OOO OO

포슬포슬 OOO OO

쏴르르 쏴쏴 OO OO

모락모락 OO OO

꼬불탕꼬불탕 OO의 O

일렁일렁 OOOO

올록볼록 OOO

둥실둥실 OOO

꿈틀꿈틀 OOO

오글오글 OOOOO

차르륵차르륵 OOO의 OOO

책을 읽으시면 'O'에 해당하는 세상의 온갖 것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들은 몽글몽의 엄마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엄마의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만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 사랑... 엄마.

동화는 그냥 몽글몽글한 이야기만 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구름의 생성과 소멸, 물의 순환이라는 과학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불교의 윤회사상도 연상됐고요.

짧고 간단하지만 아이와 함께 나눌 이야기가 꽤 많은 두두니 작가님의 <몽글몽>.

과연 몽글몽은 엄마를 찾았을까요?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중학교 2학년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엄마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해야 했던 아이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엄마와 함께 했던 것들이 생각나 힘들었던 아이는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 외에는 오로지 게임 세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아이의 외로움, 두려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웠습니다.


아이에게 이 동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것들이 생각나 많이 힘들겠지만, 그 모든 장소에, 그 모든 사물에, 그 모든 공기에 엄마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엄마를 잃은 게 아니라 어디에서나 늘 함께하는 거라고. 그러면 조금은 세상으로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겠냐고...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마음이 단단해지면, 이제는 그 모든 장소, 사물, 공기 속에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들어있다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주었던 엄마는 분명, 엄마와 세상을 나누는 아들보다는 스스로 세상과 마주하는 아들을 원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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