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유정님께..."로 시작하는,
얼마 전 받은 한 통의 편지는 저에게 브런치 살이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 편지는 저의 브런치 살이를 모르는 조직에서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엥? 뭐지?라는 의아한 마음은 봉투에 써져 있는 '늘봄유정님께'라는 다정한 인사 앞에서 갖가지 추측으로 이어졌습니다. 두려움과 의심이라고 하기에는 심장이 너무 신나게 뛰고 있더군요. 봉투를 여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눈이 자꾸 뿌연 것으로 덮였고 급기야 편지를 다 읽은 저의 입은 "와... 헐... 대박... 세상에..." 이런 말을 쏟아냈습니다.
편지를 보내신 분은,
2021년부터 어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저를 처음 봤다고 하셨습니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저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당신이 알고 있던 '송유정'이라는 사람이 '늘봄유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흩뿌려졌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는, 그분이 느꼈을 놀라움.
편지에서 담담하게 밝히신, 브런치 이웃작가라는 그분의 정체를 알게 된 저의 놀라움.
누구의 것이 더 큰지를 가늠하는 것은 의미 없었습니다. 이 봄이 그저 경이로운 경험으로 가득하다는 것만이 중요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만나자던 브런치에서의 약속을 우리는 조금 이른 봄에 지켰습니다. 글로 만난 우리는 겹치는 우연이 많았습니다. "설마 그것도 그런 건 아니죠?"라는 저의 마지막 질문에 "헐... 맞아요!!!"라고 하는 그녀의 답을 듣고 헤어지는 길, 이 기이한 인연은 무엇인가 한참 생각해야 했습니다.
브런치에서 인연을 맺은 많은 작가님들을 떠올려봅니다.
자신의 직업, 나이등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오직 글로만 자신을 보여주는 작가님들, 특히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활동하는 분들을 길에서 만난다면 알아볼 길이 없습니다. 연동해 둔 블로그나 인스타를 통해 가끔 얼굴을 보여주는 분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작가님들의 다른 SNS도 글만 넘쳐납니다. 그런 분들이 제 주위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봅니다. 누굴까 상상해 봅니다.
매일 행복한 선물을 전해주는, 이 동네에서 13년째 근무하시는 택배기사님이 브런치 작가일까?
수업하러 간 학교의 담임선생님이 나와 친한 작가님은 아닐까?
사거리에 있는 편의점 사장님이, 동네에서 자주 스치는 아기 엄마가 브런치 작가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세상 곳곳에서 매일의 삶을 열심히 사는 언더커버가 아닐까?
어느 날 우연히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의 그 경이로움을 브런치 작가로 살지 않는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를 생각해 보면, 브런치는 누구도 하지 못하는 경험을 선물해 주는 귀한 곳입니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브런치의 내가 아는 그 어떤 이일 수도 있다는 것...
늘 따뜻하고 다정하게, 정직하고 정성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누군가 은밀하게 접근해 지령이 담긴 비밀편지를 쓰윽 전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