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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ug 04. 2023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올해 상반기 나의 매일은 기와의 전쟁이었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나 유독 올해는 잘 부었고 부기가 잘 안 빠졌다. 주로 오전 시간에 얼굴이 땡땡 부어올랐다. 레몬물을 마시거나 에어컨 바람을 정통으로 쐬는 나만의 방법으로 급하게 부기를 빼곤 했지만 조금 있다 보면 다시 눈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갑자기 다리도 붓기 시작했다. 붓지 않아도 이미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다리인데 올해는 못 봐줄 정도... 얇은 끈으로 된 신발은 절대 신을 수 없었다. 끈 사이사이로 발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부기를 빼지 않으면 금세 살이 되어버린다. 내 살의 상당 부분은 이 부기에서 비롯됐다.라고 변명해 본다.


진짜, 완전,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늘.

다이어트 5 계명이니 10 계명이니 하는 기사를 캡처해 두고 마음에, 머리에 새기려 한다. 하지만 모든 문장에 반항을 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침밥은 꼭 챙겨드세요~ 아침밥을 챙겨 먹으면 규칙적인 식습관 형성으로 폭식을 예방해요~"

아침밥을 먹으면 살이 더 찌는 것 같다. 점심때까지 공복을 유지하면 저절로 간헐적 단식이 될 수 있는데 꼭 아침밥을 먹어야 할까? 물론 늦은 점심이 첫 끼니일 때 평소 식사량보다 많이 먹는 것 같긴 하지만 아침을 먹으면 오전 내내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까지 무거운 기분이 들어서 싫다.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합니다."

하루에 2L 정도는 마셔야 한다는데, 그게 어디 쉽나? 커피나 차 종류를 많이 마시는데 거기다 물까지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돼서 영 성가신 게 아니다. 이 학교 저 학교로 수업을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은, 밖에서 화장실 가는 걸 께름칙해하는 나는, 안 마시고 화장실 안 가는 걸 더 선호한다. 게다가 물을 많이 마셨을 때, 어떤 경우에는 기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자정 전에 잠들어서 하루 7시간 정도는 자야 합니다. 숙면은 식욕 조절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요."

일찍 잠들어 푹 자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 나도 원하는 바다. 하지만 10시 이후 귀가하는 남편과 아들의 식사를 챙기거나 귀가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깊이 자지 못한다. 일찍 잠들려고 노력 안 해본 바는 아니나 애매한 새벽 시간에 눈이 떠져서 하루가 더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밤시간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밤에는 집중이 잘 된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습관이 되고, 나쁜 호르몬만 쌓이고... 그렇게 몸이 망가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일찍 잠드는 게 참 안된다.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고강도의 운동을 하세요.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적절히 섞어 꾸준히 하세요."

바깥에서 걷는 운동은 시간이 아깝다. 귀로 듣는 것밖에는 병행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다.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은 시간 맞춰 가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그래서 실내사이클을 좋아한다. 페달을 밟으며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볼 수 있으니까. 당연히 고강도의 운동은 안된다. 슬슬 하는 수준. '어찌 됐든 난 운동이란 걸 했다'는 위안의 차원에서 하는 움직임일지 모르겠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해라, 저염식으로 먹어라, 단 것을 먹지 마라, 조금씩 자주 먹어라, 음식량을 줄여라, 계단으로 다녀라... 모든 다이어트 비법에 다 변명을 단다. 그러니 살이 빠질 턱이 있나.


고로 내가 살을 못 빼는 이유는 딱 하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바라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이라는 속설과는 달리 출처가 불분명한 문장이지만 여기에는 토를 달지 못하겠다. 식습관, 행동방식 하나 바꾸지 않으면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몸의 변화를 원하다니. 뻔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다니. 분명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6시 이후에는 먹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시고, 일찍 잠들고.

이 간단하고 손쉬운 루틴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내게는 그리도 어렵다. 하지만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가볍게 살고자 하는 욕구는 있어서 일단 작은 것 하나를 시작했다.


"식탁 밑 자전거 타기"

나의 오랜 친구 같은 실내 자전거가 있다. 가끔씩 올라가 몇 시간씩 앉아 있기도 한다. 하지만 컴퓨터 작업을 하는 일이 많은 요즘엔 통 못 올라갔다. 같은 자세로 몇 시간씩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다리 부기가 더 심해졌다.

'식탁 밑에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운동기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폭풍 검색. 마침 미니 자전거라는 게 있었다. 중고거래 앱을 통해 상태 좋은 미니 자전거를 저렴하게 사서 수시로 탄지 일주일째다. 몸무게의 격변은 없지만 다리 부기는 잡았다. 허벅지와 장딴지, 복부가 당기는 게 느껴진다.


상반신은 어제와 같지만 하반신은 식탁 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니,

내일의 나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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