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07. 2023

당신과 나의 시즌 비시즌

알람이 울렸어요. 

언제 계산해서 저장해 놓았는지, 오늘이 우리가 만난 지 10,000일 되는 날이라더군요. 1996년 7월 22일, 선후배에서 연인이 되고 싶다는 당신의 고백을 들었던 우리 집 앞 공원 벤치, 가로등 불빛, 심장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이면서도 새어 나오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던 호흡. 바로 어제 일 같아요.


평소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않는 우리지만, 10,000일을 살아냈다는 것은 축하하고 싶었어요. 편지를 쓰기 위해 기억의 테이프를 감기 시작했어요. 묵은 사진첩을 뒤져 결혼 전 우리의 모습을 찾고, 외장하드에 정리해 둔 가족사진을 훑으며 우리 둘만 담긴 사진을 골라냈지요. 둘만 담긴 사진이 가득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 20년 동안은 아이들 사진 틈에 우리 둘의 사진이 간간히 박혀있더군요. 아이들이 장난처럼 찍어주었던 사진부터 우리 둘이 셀카로 찍은 것까지, 100여 장을 추려 영상을 만들었어요. 배경음악으로 무엇을 넣을까도 한참을 고민했지요. 성시경의 < 두 사람 >을 넣으려다가 말았어요. 가사는 우리네 삶과 딱 들어맞지만 그렇게 처연하게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고 비장하게 미래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나간 10,000일이 기쁨과 환희로만 가득 차지만은 않았다는 걸, 당신도 알 거예요. 누구의 삶이나 어느 관계가 그러하듯이 우리에게도 시즌, 비시즌이 혼재되어 있었지요. 

서로 죽고 못 살 것 같던 시즌, 서로 없어야 살 것 같던 비시즌. 

죽이 잘 맞았던 시즌, 뭘 해도 엇갈렸던 비시즌.

안 씻어도 잘나 보였던 시즌, 말끔히 차려입어도 추리했던 비시즌.

사진을 보면 그때가 시즌이었는지 비시즌이었는지가 기억났어요. 당신과 내 얼굴에서 우리만 알 수 있는 기쁨, 우리만 알 수 있는 노여움이 보이더라고요. 사진을 찍어주던 아이들은 알았을까요? 아빠 엄마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 있는지, 애써 웃음을 지었던 건지 정말 기뻤던 것인지. 


중요한 것은 시즌이든 비시즌이든 어떤 순간에도 함께 했다는 것이겠죠. 당신과 나의 10,000일이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함께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 완벽한 것은 없다고 믿기에 영원히 변함없이 함께하자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그저, 다시 하루를 시작합시다. 오늘이 시즌일지 비시즌일지 모르겠지만, 언제 우리의 이야기가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렇게 또 뚜벅뚜벅 살아갑시다. 친구처럼...

영상 배경음악을 Toystory에 나오는 < You've Got a Friend in Me >로 넣은 이유입니다.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When the road looks rough ahead
앞에 나있는 길이 거칠게 보이고
And you're miles and miles from your nice warm bed,
그리고 네가 너의 편하고 따뜻한 침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때
you just remember what your old pal said
넌 그저 너의 오래된 친구가 했던 말을 기억하면 돼
Boy, you've got a friend in me
이봐, 난 너의 친구야
Yeah, you've got a friend in me
그래,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troubles, and I've got them, too
네가 고난에 처해있다면 나도 그래
There isn't anything I wouldn't do for you
내가 널 위해서라면, 하지 않을 일이란 없어
We stick together and see it through
우린 함께 할 거야 그리고 지켜볼 거야
'Cause you've got a friend in me
왜냐하면 난 너의 친구니까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Some other folks might be
다른 사람들은 아마
a little bit smarter than I am
나보다 조금 더 똑똑할 수도 있고
bigger and stronger, too. Maybe..
더 크고 더 강할지도 몰라, 아마도 말야
But none of them will ever love you the way I do
그렇지만 그들 중 아무도 나만큼 너를 사랑할 수는 없어
It's me and you, boy
너와 나잖아, 친구야
And as the years go by
그리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Our friendship will never die
우리의 우정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야
You're gonna see
넌 알게 되겠지
It's our destiny
이건 우리의 운명이라는 걸.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You've got a friend in me
난 너의 친구야 




매거진의 이전글 멸치 똥 딸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