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들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집 밖놀이를 좋아하는 아들 vs. 집콕을 좋아하는 아들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들 vs. 몸에 땀나는 행위를 싫어하는 아들
외식, 배달을 좋아하는 아들 vs. 집밥을 좋아하는 아들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 vs. 머리로 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
인맥 넓히는 걸 좋아하는 아들 vs. 최소한의 몇 명만으로 충분한 아들
쇼핑을 좋아하는 아들 vs. 벗고 다니나유~ 하며 사주는 대로 입는 아들
모르는 사람은 형제라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할 수 없을 만큼 생김새도 다르다. 오죽하면 얼마 전 아들들이 다녔던 고등학교에 교육자원봉사를 갔을 때, 토론동아리 담당이자 화법과 작문 과목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둘이 형제인 줄 최근에 알았다고. 둘 모두를 가르쳤는데 전혀 형제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셨다.
큰 아이는 수업 내내 잤던 기억이 나고 작은 아이는 수업 내내 눈을 맞추고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이다. 그렇게 다르다.
그런 두 녀석에게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작은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 3년 동안 같은 수학학원에 다녔는데 두 녀석의 수학을 책임져 주신 수학 선생님이 같았다. 인생 멘토 역할을 해주신 분이어서 두 아이 모두 잘 따랐다. 단, 한 녀석은 술과 인생을, 한 녀석은 수학과 공부법을 배웠다.
큰아들은 늘 5등급을 받는데도, 체대 입시를 결정해서 수학 성적은 놓아도 됐는데도, 끝까지 수학학원을 다녔다. 그 정도로 쌤을 좋아했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선생님과 몰래 술 먹는 사이였다고 하니, 큰아들 구워삶는 법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다. 둘째에게는 중학교 3년을 함께하면서 수학의 기본을 다져주셨을 뿐 아니라 중3 때는 고등학교 입시를 위해 아이손 잡고 전국 곳곳의 학교 입학 설명회를 돌아다니셨다. 둘째가 다 떨어지고 일반고에 가게 됐을 때 좀 더 큰 학원에 가서 배우라며 여러 학원에 전화 걸어 직접 상담을 하고는 그중 제일 괜찮은 곳을 골라주시기도 했다. 작은 아이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잘 알았던 분이다. 두 아들 모두에게 각별한 선생님이었다.
두 아들과 수학 선생님의 술자리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큰아들과 선생님의 정기적인 술자리에 성인이 된 작은 아들이 낀 것이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분이기에 각오를 하고 있던 터라 얼마나 취해서 들어올까 궁금해 새벽에 들어오는 아들들을 기다렸다. 도어록 해제 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신발을 벗는 두 녀석의 얼굴이 싱글벙글이었다. 작은 아들은 만취해서 웃고 큰아들은 동생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들어오자마자 구토를 한 판 한 작은 아들은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쏟아냈고 그 길로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을 게워내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세제를 묻힌 일회용 수세미, 쓰레기봉투, 물티슈등의 장비를 챙겨 아들 방으로 가니 벌써 큰 아들이 쭈그려 앉아 휴지로 오물을 치우고 있었다.
"오~~ 이런 날이 오다니. 왕년에 토 좀 해보신 분이라 이건가? 그렇게 휴지로만 닦으면 안 돼. 안주에 기름기가 얼마나 많니? 바닥이 미끄덩거리니까 세제로 닦고 물티슈로 닦고, 뜨거운 물 묻힌 걸레로 마무리해야 돼."
큰아들은 엄마를 도와 꼼꼼히 방을 닦았다. 헤롱거리며 욕실을 나오는 작은 아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호진!!! 형이 집에 오면서 뭐라고 했어! 토컨 하라고 했지. 토컨! ㅋㅋㅋ"
"토컨이 뭐야?"
"토 컨트롤~"
"그게 통제가 가능한 분야긴 하니? 하하하"
새벽 한가운데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누웠는데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술냄새 토냄새 진동하는데도 역하지가 않았다.
서로 닮은 점은 없지만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휘청이는 몸을 서로에게 의지하고, 토컨을 독려하는 사이.
긴 인생 살아야 하는 형제에게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