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Nov 20. 2019

D-100 프로젝트 < D-39 >

< 국민과의 대화 >


종일 시끄럽다. 어젯밤 110여분동안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로 말이다. 아수라장이 될 줄 알았는데 그 정도면 괜찮았으며 대통령도 할 말은 다 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보여주기 쇼였다", "다른 사람이 연출했다면 그런 식은 아니었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하면 제대로 못했다고 욕먹고 안 하면 소통을 안 한다고 욕먹으니, 대통령도 못해먹을 일이다.


촛불 이후 들어선 정부 때문에 사회갈등은 심화되었고 경제는 더 나빠졌으며 남북관계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공정한 나라를 기대하던 사람들의 절망감은 극에 달했고 '세상이 좋아지고 있기는 한 거냐'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청와대 홈페이지나 SNS에 올라오는 글에서는 문정부 이후 경제는 회복되고 있으며 취업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동원해 보여주고 있다. 남북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확연하게 좋아졌으며 남북경협을 위한 모든 준비는 마친 상태라고 한다. 대외적인 문제 상황도 실리를 놓지 않으며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디베이트를 해서인지, 정치학을 전공해서인지, 간혹 내게 묻는 이들이 있다.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 거냐고. 공정한 사회, 평등한 사회가 오고 있는 거냐고...

내가 정답을 안다면, 대통령 했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란, 역사이래 없었다고... 다만, 인간은 그러한 세상을 갈망하므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그래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고..."


인간은 이기적이다. 이타심도 결국 이기심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인간은 콩 한쪽을 나눠먹더라도 자기가 약~~~~간 큰 걸 갖고 싶어 한다. 똑같이 나눠야 한다거나 큰 쪽을 상대에게 주어야 한다는 건, 배려심 있고 공정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이기심에서 나온 맘이 아닐까?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제대로 이용한 제도였다. 타인보다 조금 더 잘 살고 잘날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널린 제도. 때로는 누군가를 짓밟아야 할 수도 있지만 눈앞의 이익 앞에서 그런 것들은 타인의 모자람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제도.

그러나, 모두가 자본주의의 수혜를 볼 수는 없었다는 것이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였다. 오히려 생각보다 소외된 사람이 많았다. 소외된 사람들이 외칠 수 있는 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가 아니었을까? 마치 자본주의 이전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였다는 듯이...


마르크스는 사회발전단계를 5단계로 나누었다. 원시 공산주의,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를 지나면 최종단계는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구소련의 붕괴에서 볼 수 있듯이 공산주의는 실패한 제도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말했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발달한, 잘 사는 나라에서 태동 가능한 공산주의였다.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궁핍해지고 소외된 프로레타리아가 만드는 세상...


자본주의가 붕괴하면 공산주의 사회가 올까?

글쎄다... 대학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탓에 더 이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지식에,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런 세상은 안 온다는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 맛을 본 사람들이, 태생부터 이기적인 인간이, 완벽하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고?


그렇다고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지고 싶지는 않아서 택한 결론은, 세상은 조금씩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불균형한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호소하고 무모하리만치 지속적으로 투쟁한다. 부정과 부패, 공정치 못한 처사와 대우, 불합리에 분노하고 아주 작은 변화를 위해서 큰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노력으로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감사해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보여준 <국민과의 대화>도 그 맥락으로 본다.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보여주기 식 쇼라는 걸 정말로 아무도 몰랐을까?

TV에 나와 국민들이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애초에,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이라면 답을 내놓을 수 있기는 했던 걸까?

'당장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들으려는 자'가 있다는 것이 언제부터 그렇게 당연한 일이었는가?

카메라도 수첩도 없이 그저 두 손 공손히 모으고 대통령 옆에 서서 그분의 말씀인지 다른 이의 말씀인지 모를 말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했던 시절엔 찍소리도 못하더니...

미국 대통령과의 합동연설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종이와 마이크만 만지작거리며 어수선하게 서있던 대통령을 보면서는 아무도 뭐라고 못하더니...

서로 손들며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아우성치는 국민들과 함께 마주하며 대화하는 대통령을 만났는데...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침착하게 할 말 다하는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저 못났다고 한다. 못한다고 한다. 잘못 뽑았다고 한다.


세상의 작은 변화를 위해 거리로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은,

크고 작은 화재와 사고를 나랏님 잘못 뽑아서 그렇다고 혀를 차는 사람은,

그래서 다른 사람을 뽑으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하는 사람은...

달라진 세상을 누릴 자격이나 있을는지... 아니, 조금이라도 나아진 세상을 알아볼 수나 있을는지...

작가의 이전글 D-100 프로젝트 < D-40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