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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19. 2019

D-100 프로젝트 < D-40 >

<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갈 수 없겠습니다...>


순위 조작 파문으로 퇴색되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당했다. <K팝스타>,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등의 음악 부문 오디션부터 춤, 요리 등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숨어있던 걸출한 스타들을 찾아내 발굴한다는 목적에 맞게 다양한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스타로 거듭나는 등용문이었다. 


참가자 가운데는 열정만 갖고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심사위원들은 아쉬워하며, 혹은 매서운 목소리로 

"저희와 함께 가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던지,

"저희는, X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연습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등의 말로 탈락을 통보했다. 

어찌나 다들 사연들은 많은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을 전하며 쓸쓸히 퇴장하곤 했다. 


오디션에서나 보던 장면을 현실에서 연출했다. 

8회 동안 진행된 마을교사 양성과정의 수료 기준은 80% 이상의 출석이었다. 2회까지의 결석은 인정해주되 7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심화과정 '필참'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수료와 봉사가 가능하다는 합의가 있었다. 봉사자를 많이 모집하면 교육자원봉사센터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기본과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 디베이트팀에도 기준에 맞지 않는 분들이 여럿 계셨고 아쉽지만 작별을 고했다. 그럼에도 봉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이후 진행되는 스터디와 봉사에 참여하시겠다는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소위 리더라는 나조차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루 동안의 고민과, 여러 선생님들의 조언을 근거로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 불편하신 이야기이지만, 꼭 말씀드릴 게 있어요... 사정은 있으셨지만, 출석률, 참여율이 수료기준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부분이 다른 선생님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네요... 아쉽지만, 저희와 함께 가실 수 없다는 말씀을 전하게 되었어요..."

실망할 그분을 위한 것이었는지, 떨리는 나를 잡기 위함이었는지, 나는 그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당황하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몇 번의 확인과 아쉬운 마음을 전하셨다.

그런데... 마지막 말씀에서 난 그분의 손을 놓아드렸다.

"앞으로 스터디를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돈 받고 가는 수업도 아니고 자원봉사로 가는 수업인데 출석률을 채워서 수료증을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몇 분이나 그렇게 문제 제기하시던가요?"

......

"선생님... 강사비를 받는 수업과 자원봉사로 가는 수업이 코치 입장에서는 절대 다를 리 없고 달라서도 안되기 때문에 그 말씀은 적절하지 않으신 것 같네요... 그리고 몇 분이 말씀하셨는지도 중요하지 않아요.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안 생겨 불편하신 분이 계시다면 받아들이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렇게 탈락의, 아니 거절의 의사를 통보했다.

그분도, 나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죄송하고 아쉽지만 나에게도 꼭 넘어야 할 산이었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신뢰가 형성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가 드리워져야 오래가는 조직이 된다.

여태까지는 신뢰가 무너진 조직을 탓하고 험담이나 하는 조직원이었다면, 

이제는 신뢰를 위해 기본과 원칙을 고수하고 몸소 실천하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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