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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18. 2019

D-100 프로젝트 < D-41 >

< 운동을 시작하는 방법 >

TED 강연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다. 

한가로이 햇살을 쐬고 있는 군중들 속에서 한 사람이 웃통을 벗고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언뜻 미친놈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 얼마 후 다른 한 사람이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여태껏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던 그 첫 번째 남자는 잊히고 한 명, 두 명 추종자가 생겨난다. 급기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따라 춤을 추게 되고 하나의 운동, movement 가 시작된다. 

강연자는 이 영상을 통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리더는 주목받고 조롱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짱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추종자로 인해 외로운 미치광이가 리더로 변모하는 과정은, 과소평가된 리더십을 얘기한다. 리더보다 첫 번째 추종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추종자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집단이 되고 다수의 리더가 된다. 
리더는 자신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추종자들을 보여야 한다. 리더가 아닌 추종자들을 따라 새로운 추종자가 발생하기 때문... 그러려면 초기의 추종자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
가속도가 붙어 추종자가 급속도로 많아지는 전환점을 맞고 나면 그때부터는 확실한 '운동'이 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덜 위험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74AxCqOTvg


용인시에서 '디베이트 마을교사'라는 분야에서 난 저 첫 번째 미치광이 역할을 했다. 

날 미치광이가 아닌 리더가 되게 해준 13명의 추종자도 생겼다. 이제 그 추종자들을 따르는 새로운 추종자들이 생기고 지역사회에 '디베이트 운동'이 제대로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저 영상에서 제시한 운동의 절대적인 조건은 '쉬워야 한다'는 것!

디베이트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점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디베이트는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툴에 불과하다고 소개하지만 논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때때로 나 역시 "디베이트 때려치우고 치킨이나 튀기면 몸은 힘들어도 머릿속은 편하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이니...


남극의 펭귄 무리에게도 첫 번째 펭귄은 중요하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바다표범이나 고래 같은 천적이 두려워 어느 펭귄 하나 먼저 뛰어들지 못한다. 이때 용감한 펭귄 한 마리가 "나를 따르라~"라며 물속으로 뛰어들면 뒤이어 수많은 펭귄들이 따라 들어간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 내어 도전하는 자를 '첫 번째 펭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렇게 용기 내어, 혹은 무모하게 뛰어든 '나'를 따라 함께 뛰어든 펭귄들이 있다. 함께 먹이를 물고 얼음 위로 올라올 테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서로의 몸을 한 덩어리로 만들 것이다. 안에 있는 펭귄의 몸이 따뜻해지면 바깥의 펭귄들과 자리를 조금씩 교대해가며 이겨낼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하다 보면 운동이 시작되지 않을까... 단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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