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2023년 마지막 날.

2024년을 목전에 둔 날.

달력과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1월부터 12월까지의 대소사를 옮겨 적는 것으로 내년을 준비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한 해의 궤적을 따라가게 됩니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 이웃으로서의 삶에 더해 봉사자, 센터장, 디베이트 코치, 강연자의 삶까지 살아낸 한 해. 바빴지만 무탈하게, 즐겁게 보냈습니다.

격하게 기쁜 순간도 있었을 테고 흥분이 차오르는 분노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한 해로 퉁쳤을 때 이 정도면 괜찮은 한 해였다는 후한 점수를 주게 됩니다. 모두 '글' 덕분입니다.

글을 쓰기 전과 후의 삶 자체는 다르지 않을 텐데 그걸 바라보는 저는 제법 단단해졌습니다. 여전히 쉽게 흥분해 파르르하는 날이 많습니다만, 요동치는 저를 글에 담다 보면 이내 고요해집니다.

좋은 일, 기쁜 일도 한때,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일도 한때입니다. 호들갑 떤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행복은 없습니다. 안절부절 전전긍긍한다고 빨리 쉽게 끝나는 고난도 없습니다. 차분히 앉아 글을 쓰며 저를 다독입니다. 다 지나간다고. 나대지 말라고... 침잠하지 말라고... 

2023년을 그렇게 보내주렵니다.

2024년도 그렇게 지내렵니다. 

글과 함께.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늘 봄 같은 날이 가득한 2024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