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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01. 2024

새해, 사무실을 장만하다

 식탁에서 쓴다.

수업 준비를 위한 컴퓨터 작업도 식탁에서 한다.

노트북과 필기도구, 책 서너 권, 스케줄러 등이 식탁을 차지해 식사를 할 때마다 한쪽으로 몰아두기를 반복했다. 


새벽에 화상회의가 있는 날에는 식구들 깰까 봐 컴퓨터방을 사용한다.

수업 자료 출력도 컴퓨터 방에서 한다.

다이어리, 메모지, 교재, 책들이 컴퓨터 방 여기저기 널려있다.


주말 저녁 화상 수업 작은아들 방에서 한다. 그 시간엔 컴퓨터방이 진짜 PC방이 되기 때문이다. 

작은 아들 방 책상에도 수업 교재, 수업 기록지, 필기도구, 책 몇 권이 쌓여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컴퓨터 방에서 회의하다가 필요한 게 생각나면 식탁 주변을 서성이고, 식탁에서 글을 쓰다가 이방 저방을 기웃거리며 무언가를 찾으러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주변은 깔끔하게 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내가 찾은 해결책은 나만의 사무실을 장만하는 것이었다.


작고 아담한 내 사무실에는 일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정갈하게 자리 잡았다. 읽어야 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이 얌전히 정리되어 있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수업 기록지도 손 닿는 곳에 정렬해 있다. 자주 쓰는 외장하드 2개, 스테이플러, 책에 붙일 플래그 스티커, 친 어깨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줄 괄사, 건조한 손을 촉촉하게 지켜줄 핸드크림, 갑작스러운 화상 회의에도 대처할 수 있는 립스틱까지 구비했다. 언제든 꺼내쓸 수 있도록 필기구가 들어있는 커다란 펜꽂이, 일정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는 주력까지.


내 사무실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탁에서 아들 방으로, 아들 방에서 컴퓨터 방으로... 내가 이동하는 곳 어디든 온전히 나만의 사무실이 된다. 튼튼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바퀴 덕분에 사무실이 여행 가방처럼 느껴진다.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 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런 게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족 아니겠는가 음하하하' 하며 이동식 사무실 장만의 기쁨을 만끽한다. 


업무가 끝나면 사무실을 정리한다. 더 이상 식탁 한가운데에 노트북을 떡하니 펼쳐놓고 잠들러 가지 않는다. 노트북 전원을 꺼서 곱게 접은 다음 내 작고 소중한 사무실에 정리한다. 사무실을 통째로 거실 구석에 가져다 두고 나면 셔터를 내린 것처럼 홀가분해진다.


새해에는 나의 아담하고 소중한 사무실에서 커다랗고 귀한 꿈들이 실현되기를 소망해 본다.


있을 건 다 있다.
퇴근~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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