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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04. 2024

고마워, 미안해, 하지 마!

라라크루 6기 합평회가 있었다.

글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진지한 토론은 없었다. 대신, 서로에게 수고했다, 즐거웠다, 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3개월 동안의 즐거운 글쓰기를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글쓴이가 자신의 글을 소개한다. 글을 쓰게 된 배경, 쓰면서 느낀 감정을 이야기한다.

독자이자 청자인 나머지 사람들이 글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문체나 글의 분위기, 평소 작가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소회를 편안하게 말한다. 글감에서 연상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사회자가 잠시 관여한다. 한바탕 웃는다.


열 명이 훌쩍 넘는 작가님들 사이에서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달짝이는 입술을 부여잡으며 듣는 행위에 집중했다. 점심 한 끼를 건너뛰었을 뿐인데 뱃속은 어찌나 꼬르륵대며 보채던지... 떼쓰는 공복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합평회에 빠져들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시작한 명언 메들리가 작가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건져 올려졌다. 대부분이 '공간'과 '쉼'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안에는 타인을 향한 공감과 따뜻한 배려가 담겨있었다.  

열심히 사는 모습보다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습관은 몸에 배는 게 아니라 공간에 밴다.
쉼에도 루틴이 필요하다.
글과 작가가 닮았다.
글을 쓰면 같은 장소도 새로워진다.
글을 쓰면 쓸수록 감정의 영역대가 달라진다.
우연, 랜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사람뿐 아니라 장면까지도 모두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글을 쓰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던 말은, "남자들은 고맙다는 말을, 여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남자와 공감받고 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라는 뜻. 뒤바꾸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쾌한 공간, 시간을 마쳤다.


글로만 소통하는 이들을 대면한다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있다. 온라인상의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주변인들도 많다. 그럼에도 글로 맺은 인연끼리만 통하는 주파수가 있어서, 그들을 만나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재미가 두려움보다 몇 곱절은 더 커서, 모임이라면 질색하는 내가 나서게 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나서던 길보다 더 설렌다. 라라크루 7기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배운 건 바로 써먹어야 까먹지 않는 법.

지하철역에 마중 나온 남편에게 마중 나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남자들은 고맙다는 말을, 여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말도 전해주었다. 남편의 따뜻한 손이 내 손 위에 포개졌다. 아내를 이렇게 항상 예뻐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의 손이 내 무릎에 닿았다. 남편은, 당신이 싫어하는데도 자꾸 스킨십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손을 살포시 무릎에서 떼어내며,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깔깔거리다가 남편에게 소리쳤다.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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