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ard Business Review 에 흥미로운 내용이 게재되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가 후보자를 선별함에 있어 인터뷰 결과라는 주관적 판단 외에 후보자의 적합성 판단에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였을 때 50% 이상의 성과 향상을 가져왔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인 채용 과정 상에서 보이는 주관적인 판단에 빅데이터, 머신 러닝, HR 애널리틱스 등 신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효과성을 보다 극대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해외 기업에서는 채용과정 외에 정확한 성과 평가, 퇴사자 예측, 조직문화 개선 등 다양한 HR 분야에 이러한 애널리틱스 등의 신기술을 접목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들과 달리 국내에서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국내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중심 경영’ 을 목표로 회사의 전략 방향에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략, 사업, 마케팅 부서 등 매출, 영업, 실적 등과 밀접한 부서들의 이야기이다. 단지 HR 부서들은 이러한 부서들의 변화된 요구사항에 맞도록 빅데이터, AI, 머신러닝 등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HR 부서에서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데이터 경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마땅히 부서 내 분석/통계 전문 인력도 없고, 방대한 데이터는 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 그리고 적합한 인사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이 아마 대부분의 HR 부서의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중심 경영” 이라는 회사의 전략 변화이다. 따라서 HR 부서에서 먼저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의사결정 지원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조직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복잡하고 난해하기만 한 현재 상황에서 HR 애널리틱스 기능을 통해 회사의 유효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HR 패턴을 분석하고 사례로 연결해 보자
HR 애널리틱스를 실제 실무에 적용하려면 시간과 돈이 든다. 회사에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은 ROI (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 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애널리틱스를 통해 가치를 증명해 낼 수 있는 HR 사례 속 패턴을 찾고 이를 다른 HR 제도와 프로그램에 연결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기술분석과 모델링 기법을 소개한다.
#1 기술분석
세일즈포스라는 글로벌 고객관리 (CRM)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는 영업직원을 채용할 때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로 채용 풀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HR 애널리틱스팀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사원 1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입사 전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 경험이 영업사원의 성과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다채로운 경력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채용 풀을 확장할 수 있었다. 기존에 통용되는 가설이 있었고, 소프트웨어 판매 경험이 있는 우수 영업사원과 그렇지 않은 우수영업 사원의 비율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해당 가설이 객관적 근거라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기술분석은 비교 그룹 속에서 HR 데이터들간의 상관관계 속 패턴 (원인) 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수그룹과 비우수그룹 상에서 높은 매출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내고 실적 향상을 이끄는 변수를 정의한 뒤 이것을 비우수그룹 및 다른 보통 그룹의 인사 제도 운영에 반영하고 이를 통한 실적 향상을 예측하는 형태이다. 예를 들어 보험사 영업매출에 있어 상위 본부장과 지점장 사이의 긴밀도를 측정하여 유사 성향 (DISC, MBTI, 에니어그램 등) 일 경우 매출 실적이 평균 15~20% 이상 비교그룹 보다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온다면 채용 과정 속에 성향진단결과가 후보자 결정에 중요한 가중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2 모델링
쉘 임직원은 1주일 평균 100명이 부주의로 피싱이나 바이러스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HR 데이터와 보안사고 데이터를 결합해 통계 분석을 해 보니 피싱 사고는 재직기간 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사고는 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임직원이 보유한 스킬이나 배치 유형도 보안사고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패턴을 확인 HR애널리틱스팀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임직원의 보안사고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분석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안사고 고위험군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했다. 이후 쉘은 보안과 관련된 교육비용과 리스크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직기간, 자격증, 배치정보 등의 전통적 HR 데이터와 임직원 별 보안사고 유형 및 건수 같은 비전통적인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뽑아낸 사례다.
모델링은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기본으로 제도 개선 및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술분석의 경우 비교그룹이 존재하고 HR 데이터들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유리한 반면 모델링은 HR 데이터들과 성과, 특히 비즈니스 결과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술분석보다는 패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퇴사자 그룹에 대한 모델링을 실시한 결과 1년 내 퇴사자 중 60% 이상이 대리급 직급이며, 기능상 지원부서이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는 특징을 보일 때, 퇴사율을 낮추려는 시도 (면담/제도개선/부서장교육 등) 의 주요 대상은 대리급, 지원부서, 여성이 먼저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퇴사는 대체 인력 채용시 발생되는 전사 인건비 상승과 대체 채용 전까지의 업무 공백의 리스크, 조직 내 몰입 저하 등의 HR 성과 지표와 연관되는 것이므로 패턴을 구성할 때 이에 대한 성과 예측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어느 회사에든 적용해 볼 수 있는 사례임과 동시에 어려운 통계 툴이나 분석 기법이 아니어도 HR 데이터들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이를 통한 예측과 결과 보고가 가능하다. 본래 HR 애널리틱스란 신뢰할 수 있는 증거와 사실에 기반하여 조직 내 성과 개선을 위해 이전엔 할 수 없던 생각과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즈니스 성과 차이를 만드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그 차이를 키워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방대한 데이터 양을 기초로 하거나 다양한 조직과 인적 구성 사이에서의 종합적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툴과 방법론, 인력들이 필요하겠으나 대부분의 시작 단계에서는 오히려 명확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사 차원의 분석이나 모델링이 어렵다면 특정부서, 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신입사원, 3년차 경력직 직원, 대리/과장급, 고객서비스팀 등 HR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다양한 예측이 조직 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된다면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시 HR 애널리틱스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HR 애널리틱스트 에서 HR 사이언티스트로 변화해야 한다
HR부서에서 아무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분석해 낼 수 있는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데이터 자체는 의미를 잃고 만다. 방대한 양의 HR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가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전문가를 바로 “H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라 지칭한다. 그렇다면 H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보통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컴퓨터 능력과 통계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영학적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H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HR 전략과 해당 조직, 인적 구성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HR부서에서 존재하는 가공되지 않은 방대한 HR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며, 이를 조직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구성요소
보통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기능을 수행함에 요구되는 핵심역량은 1) 데이터 매니지먼트 2) 분석 모델링 능력 3) 비즈니스 분석 능력 등 3가지이다. 우선 데이터 매니지먼트 역량은 요구되는 HR 데이터들의 속성과 구성요소, 상관관계, 주요지표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두번째 분석 모델링 능력은 데이터를 통해 요구되는 비즈니스의 요건을 파악하는 기술, 데이터를 통합하고 진단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의미한다. 세번째 비즈니스 분석 능력은 HR 데이터 사이언티스의 목적과 방향, 구체적인 조직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HR 전문지식과 경험, 특히 조직진단, 조직개발, 조직설계 등 보다 매크로적인 경험 등이 가미되어야만 H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핵심역량
H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더욱 스마트해진 조직에 맞는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요구 되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HR 부서의 전략 변화와 실천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데이터가 중심이 된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최고 경영진과 데이터 중심의 사람 경영에 대한 현업 리더들의 공감과 실천이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 본 내용은 HR Insight 6월호 특집기사로 기고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