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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지 Sep 29. 2020

박물관에 일하기 위해서 유학을 가야할까? - 1탄

찬성편(Pros)

이 주제에 대해서 여러가지 여러가지 답은 많이 있겠지만, 내 생각은 Yes/No 둘 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어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답이 다를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학부를 나오고 영국에서 석사공부를 했다. 한국에서는 고고학 공부를 하고 영국에서는 박물관학 공부를 했다. 유학이라는게 언제 가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기 유학을 간다면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간 나보다 영어를 좀 더 자국민이 자국어 배우듯이 할 수 있으니, 이후 공부하기는 편할 것 같다. - 하지만, 어린 시절에 간 만큼 정체성 혼란(?)이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한, 학부 유학을 가는 경우, 좀 더 어릴 때 유학을 가는 거니 그 만큼 좀 더 말랑말랑하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교환학생을 거쳐 석사유학을 진학한 경우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학부 후 해외로 석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석사유학에 찬성하는 이유


1. 한국과 다른 교육 스타일 경험

 나는 초+중+고+대 16년을 한국에서만 공부했기 때문에..ㅇ. 항상 유학에 대한 로망과 갈망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유학을 가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갈 수 있을까? 조기유학도 안했는데 영어로 하는 수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한학기 교환학생을 통해서 유학생활의 맛보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교환학생 시기에 영어로 호되게(?) 깨졌기 때문에, 석사공부는 더욱 칼을 갈며(?)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 내가 너무 부족한게 느껴졌다. ㅠㅠ

옥스퍼드대학교 Radcliffe Camera 안에서

 유학공부는 나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고, 석사과정이 다 끝난 지금에서야 '할 만한 도전'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부하는 그 당시에는 정말 스트레스받고 힘든 여정이었으나, 원래 시간이 지나면 전부 미화되기 마련이다. 어쨌든 20대에 내 인생의 '큰 도전'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또한 흡족하니 내가 애쓴 시간 하나하나 소중하고 의미가 깊어지는 것 같다.

 영국인 뿐만 아니라 대만, 미국, 캐나다, 인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제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또 그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다양하고 많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암기위주의 한국식 교육에서 벗어나서 '왜?'라는 질문과 논리성을 중요시 하는 영국식 교육은 겪어보지 않았다면 나의 비판적 사고력을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없었을 것 같다. - 문제에 대해 순응하는 것 보다, 왜?라는 생각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개인적 가치관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디프에서 인턴쉽을 했던 Erin을 보러 다함께 기차여행!... 자유롭다!


2. 제 2외국어 능력의 경쟁력 강화

 아무래도 석사 유학은 빨리 계획한다면 빨라도 20대 중반에 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어느정도 완성한 상태에서 유학을 가게 되면, 실전 영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석사유학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보다, 이미 갈고 닦은 것을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아무리 영어실력을 쌓아놓아도 영어가 필요한 환경이 아니면, 영어를 활발히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게 사실 인 것 같다.

RCP 뮤지엄에서 전시 오프닝 때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는 것 자체가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이후 큐레이터로서 해외작가 및 해외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 시 본인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박물관 측에서 외국 담당자와 미팅을 할 때 가장 본인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영어로 공부를 했다는 것은 박물관 취업을 떠나서 개인 커리어를 돌아보았을 때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할 것이며, 또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던 것 같다.


한창 논문 쓸 때, Good Luck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3. 해외취업의 연계성

 올해 영국이 완전히 브렉시트가 되면서, 영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에게 2년짜리 취업비자를 준다. 원래 이 제도는 2012년을 끝으로 더이상 포스트 워크 비자 (post work visa)를 발행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유럽인들의 채용에도 워킹비자가 필요하게 되니, 영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을 써먹으려는(?) 계획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제부터 영국에서 공부하게 된다면 2년의 워킹비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영국 어디분야를 취업하던지 워킹 비자가 따로 필요한 경우보다 훨씬*100 쉽고 편하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계속 공부해왔고 일해왔던 사람이라면, 한국과 다른 영국의 회사를 경험해보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 인생설계에 있어서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석사과정이 끝이 난 후, 런던의 월드럭비뮤지엄에서 인턴쉽과 옥스퍼드대학교 보들레언 도서관에서 한국학 사서로 근무를 하였다. 한국에서 학부를 공부하고 또 한국의 국립박물관에서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혹은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지 느낄 수 있었다.

 석사유학을 했었기 때문에 영국의 생활에 일차적으로 적응하기가 편했고, 영국 직장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학생 때 느낄 수 없었던 영국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의 대부분 석사과정은 1년이기 때문에 그 흐름이 매우 빠르고, 또 공부하느라,, 제대로 문화를 느낄 틈도 없었다. - 그리고 많은 중국인 학생 수와 미국과 캐나다 등 국제학생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영국 오리지널 문화는 거의 느낄 틈이 없었던 점이 일반적인 석사생활 인 것 같다. - 하지만 거의 90% 영국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일을 하였기 때문에 직장동료와 영국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거나 연봉에서 세금을 떼이면서 ㅠㅠ 제대로 '그 나라에 살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혜택받는 것은 없으면서, 떼이기만 떼이니까 화딱지 나는건 덤...ㅜㅜ)


장기적으로 보면 유학을 가는게 개인의 역량과 20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만드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석사유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재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그 만큼의 경험을 얻을 수 있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석사유학에 찬성하는 이번 글에서는 박물관 취업보다 개인적 경험과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적었던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박물관에 취업하기 위해서 석사유학을 간다면 말리고 싶은 좀 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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