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Kimono: Tokyo to Catwalk>
박물관에서 전시기획을 할 때에는 길게는 몇년전부터 준비한다. 나도 몇년전부터 V&A에서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서 V&A에서 일본의 기모노전시를 한다고 들었다.
일본이 한국의 옆나라다보니 괜히 나도 모르게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되는 것...
그래서 퍼블릭 전시 오픈 첫날에 다녀왔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진짜 전시장안에서 줄을 서면서 봤던 것 같다. 나는 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카드 소지자라서, 전 세계에서 하는 특별전시를 '공짜로' 볼 수 있다.
진짜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ICOM 회원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박물관/미술관 관련 전공 학생이나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자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
크게 전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7-18세기의 에도시대, 서양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던 19세기, 그리고 20-21세기의 현재에 흐름에 따라 기모노의 아름다움과 현재 우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소개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섬세한 에메랄드 색깔이 깊이감 있게 압도하고, 그에 맞는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의 음악이 들려나온다. 마치, 일본의 가정집 앞에서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때 차분하고 잔잔한 음악이 들린다.
이 공간의 모티프 또한 그것에서 가져온 듯 하다. 일본에서는 차를 미실 수 있게 다실이 따로 있다고 한다. 다실을 차시츠 (茶室) 라고 하고 다도를 영어로는 tea ceremony라고 한다.
아마 저런 집 구조의 동그란 창문과 일본식 정원에 있는 대나무에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만큼은 일본에 있는 느낌을 받았고,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화려한 기모노를 통유리 창에 두어서 360도 전면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정말 화려한 색채를 마구 뿜어내고 있다. 그리고 귀엽게 머리장식과 게다 밑에 발판을 두어서 기모노의 밑의 부분이 끌리지 않게 전시하였다.
회화과 함께 전시해두어 역사적 고증도 될 뿐더라,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휘몰아치는 파도문양은 호쿠사이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한다.
17세기 일본 에도 막부의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나가사키에 '데지마'라는 건설된 인공섬이 건설되고, 네덜란드 무역은 오직 이곳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후 19세기에는 미국의 페리제독이 해군 동인도 함대를 가지고 대포를 쏘며, 개항을 요구한다.
좋던 싫던 어쨌던 개항을 하고 서양나라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는 서양국가들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과 센세이션을 가져다주었다.
일본 풍의 병풍과 유럽 드레스 복식에 일본패턴이 섞여 있다.
부채 또한, 대나무로 만든 듯한 섬세함이 있고
파란 드레스에 있는 자수(embroidery)를 보면 정말 아름답고 화려해서 빠져든다.
Daly's Theatre, London이라는 공연 포스터 인 듯한 그림
포르실린 도자기에 코가 높게 있고 곱실곱실한 머리가 일본인(아시아인)에게 잘 볼 수가 없는데, 기괴하고 무서운 기분 마져 든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유럽스타일이 섞였다.
활발하게 동 서양의 문화를 서로 주고 받고, 문화적으로 섞여가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거울방!
천정과 방 전체를 거울로 디자인해서, 공간감이 확대되되었다. 제한된 갯수의 기모노 옷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서, 기모노의 모양과 시각적 효과를 배로 늘린 것 같기도 하다.
이 공간 전시 디자인을 보면서 마치,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거울 방 (Mirror Room)이 생각나기도 한다. 일본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보니, 이런 포인트를 영향을 받아서 공간을 디자인했을까?
전시 제목이 <Kimono: Kyoto to Catwalk> 이다보니, 이제 '캣워크'의상들이 나올 차례이다.
'캣워크'란 패션쇼의 무대, 즉 런웨이를 의미하는 것이고, 고양이들이 좁은 공간을 살금살금다니는 것에서 의미를 가져왔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모노를 볼 수 있다. 란제리 느낌의 거터벨트를 매치하기도 하고, 케이프 망토 느낌으로 제작하기도 하고, 니삭스와 매치해서 현대적인 느낌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로리타패션에 영향을 주고, 이브닝드레스와 칵테일 드레스를 기모노화 시켜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시각적으로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고, 디자인도 여러가지이다보니 화려한 색감이 눈이 즐거웠다.
빨간 기모노는 마돈나가 소장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의 하얀 기모노는 몇년 전 유행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잠깐 등장했던 영국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소장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액자에 있는 사진은 90년대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아이슬란드 출신 Bjork (뷔욕, 뷔요크)의 1997년 앨범 <Homogenic>의 앨범 이미지이다. 이 앨범이 약간 강한 비트가 많이 들어있는데, 오리엔탈리즘을 첨부하여.. 동양의 여전사...(휴..절레절레)의 느낌으로 일본 기모노를 입고, 목에 걸어놓은 목걸이는 아프리카 부족전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작년에 학예사시험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세계사 및 중국사, 일본사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일본사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때 외었던 지식들이 알게모르게 나의 머리속에 남아있어서 전시의 내용과 좀 더 교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17세기 에도시대의 나가사키 항구 개방과 더불어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곳에 살았다는 것
그러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이 일본의 도자기를 보고 감탄해서 네덜란드로 (수출?)가지고 갔고, 그러면서 그 도자기를 포장하기 위해 쌓던 판화본 종이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후쿠사이의 우키오에 판화본인 것이다.
또, 이것을 영향을 받은 고흐 등이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고...
https://www.vam.ac.uk/exhibitions/kimono-kyoto-to-catwalk
https://www.vam.ac.uk/articles/inside-the-kimono-kyoto-to-catwalk-exhibition
또한, K-pop, K-beauty에 이어서 K-clothes도 세계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봤던 궁 만화책과 궁 드라마에 나왔던 퓨전한복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도 경복궁에 가면 수많은 한복 렌탈샵이 있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어보며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와 우리의 한복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한국에 대해 한복에 대해 전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