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윤지 Oct 22. 2023

11,500km의 여정, 이것은 사랑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시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광주에 이사오게 되면서 국립광주박물관을 가봐야지 생각했다. 마침 박물관에서는 기획전시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가 전시되고 있었다. 사전 정보 없이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뭉클한 전시에 박물관은 단순히 오브제만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은 버지니아 주에 있는 게일 허(Gail Huh) 여사의 편지로 부터 였다. 게일 여사의 남편은 허경모로 1950년 초반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일단, 한국전쟁 중에 유학을 갔었다고 하니 소위 좀 사는 집안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고 허민수 선생님의 집안은 호남 화가로 유명한 소치 허련, 허백련 작가의 후손이었다.


허백련 작가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좋은 그림은 대를 이어서 전해지는 구나 싶었다. 게일 여사가 기증한 이번 그림들은 50여 년 전 시아버지 고 허민수 선생이 아들 내외에게 준 선물이었다. 나도 해외생활을 해봐서 가끔씩 한국이 그립거나 한국의 집이 그립거나 한국의 가족들이 보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족자에 있는 그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https://youtu.be/z7kHEvejizs


게일 할머니는 남편이 먼저 돌아가시고 자신은 이제 85세가 되었다. 자신에게 남은 날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며 하나씩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남편이 가장 애지중지 여기던 그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먼저 돌아간 남편을 떠올리기도 하고, 한국에서 있었던 좋은 추억들을 많이 생각나게 한 물건 이었을 테다. 진지하고도 깊은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내린 결론은 남편이 우리와 함께 한 옛 그림들을 기증하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다면 큰 기쁨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했다.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 느껴진다. 그래서 너무나 쓸쓸하면서도 기쁘고, 이 서화집을 보면서 가졌을 추억들, 한국으로 기증하겠다는 그 결심이 고맙고도 뭔가 아려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시관을 나가기 전 게일 할머니 집에서부터 국립광주박물관까지의 서화의 여정이 비디오로 보여 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들이 할머니 집에 가서 소중하게 유물을 포장하고, 할머니는 집에 걸려있던 소중한 그림을 떼어서 내어준다. 그림이 떼어진 벽은 휑하게 남겨져 있다. 그 장면이 유독 너무 아려왔다. 옆에서 같이 전시를 관람한 노부부는 '딸래미 시집보내는 느낌인 것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서화가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국 광주까지의 여정




미국의 가정집이 생각나는 전시 공간, 아마도 게일 할머니의 집을 모티프로 했겠지?

단순한 서화 이상의 이미가 있었던 

게일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전시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