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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禮山)에서 역사를 읽고 삶의 느림을 깨닫다

by Hello

예산은 본래 고대 백제 시대의 오산현(烏山縣)으로 출발해서 신라 경덕왕 때는 고산(孤山)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고, 고려 태조 2년(919년)에 ‘예산(禮山)’이라는 이름으로 고쳐진 것이 지역 명칭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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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예산군은 고대 백제부터 통일신라·고려·조선에 걸친 행정 변화와 역사적 격변을 경험해 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이 역사의 순리를 깨달은 탓일까? 이 지역은 느림의 미학을 지향하는 ‘슬로시티 문화’ 정착에 공헌했으며, 특히 예산군 대흥면은 세계 슬로시티협회의 인증을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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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그곳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

예산에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만한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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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가 약 40km에 이르는 대형 저수지인 예당호와 자연과 과학이 어우러진 출렁다리가 있는가 하면, 동화의 소재로만 알았던 ‘의형제 마을’의 현장이기도 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게 배려한 집들이 한적한 마을 곳곳에 있었다. 시내로 나오면 새로 꾸며진 재래시장 곳곳의 풍경이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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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의 고향이자, 상해 홍구공원에서 의거를 일으킨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고향이다. 윤의사가 당시 24세 나이의 청년이었으니 우국충정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예산의 수려한 자연과 풍광이 이런 인물들을 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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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고대 백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현장에 남아 있어 ‘시간을 거슬러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호수와 온천, 그리고 걷기에 적당한 산지 등이 있어 휴식과 여유를 위한 여행지로 적합한 힐링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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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백제 의자왕 시절에 의각스님이 창건했다는 향천사를 들러 보았지만 다음에는 위덕왕 때 창건된 천년고찰 수덕사를 들러볼 작정이다. 절의 창건설화부터 흥미진진한 수덕사는 백제 때에 창건되어 내려오는 유서 깊은 고찰이며 내포땅 가야산의 가장 이름 높은 명승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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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 편액과 고려시대 공민왕의 거문고가 남아 있으며, 산 위에는 비구(남자 중)가 거처하는 정혜사와 비구니(여자 중)가 사는 총림이 있다. 관음 바위, 미륵 석불, 만공탑, 전원사 등과 특히 담징이 그린 대웅전 벽화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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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예산(禮山)의 오랜 역사를 들러보는 가운데 고즈넉하면서도 소박한 풍경이 내게 준 선물은 2025년 깊어가는 가을에 가슴 설레는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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