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목록

두려움을 평형수 삼아

by 영동 나나

1999년 2월 2일 캐나다인 세 사람과 베두인 세 사람, 낙타 12마리가 사막 횡단을 시작했다. 캐나다 교육청 후원으로 아부다비 중앙의 거대한 사막 ‘엠티 쿼터( Empty Quarter)’를 횡단하는 프로젝트였다. 매일 사막의 삶을 캐나다 아이들에게 사진과 글을 써서 전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런 무모한, 두려운 모험을 해 보고 싶었다.


두바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짧은 사막 여행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돈을 들여 유목민의 힘든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높은 빌딩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고, 대형 쇼핑몰에 가는 것을 원했다. 그런 상품이 돈이 되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진이 있다. 사막 횡단 팀의 출발과 도착 모습이었다. 출발할 때 찍은 사진은 30대 백인 세 명과 베두인 세 명이 미소를 짓지만 어딘지 무거운 표정이다. 웃지만 웃는 것이 아닌 두려움을 억누른 표정이다. 40일 후 돌아왔을 때의 모습은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일행 여섯 명이 같은 사람처럼 보이고 낙타마저도 같은 표정으로 사진 속에서 마음껏 웃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6개월 간의 여행 계획을 하면서 편안하지 않다. 남들 안 하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보니 돈 계산을 하느라 대형 계산기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매일 저울질이다. 거기에 혼자 있을 95세의 노모는 6개월을 기다리다가 목이 길어져 담을 넘으려 할 것이다.


여행 경비에 대한 두려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 말은 여유 자금이 없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수입이 끊어지고, 그나마 있는 목돈이 들어가야 하며, 딸은 딸대로 세 아이의 경비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강제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싼 항공권을 찾고, 기차는 유레일 패스 대신 지역 기차나 버스로 이동할 것이다. 무료 입장지만 골라 다니고, 식당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잠은 시골의 에어비앤비, 오토 캠핑장을 이용해야 한다. 옷은 세탁이 가능한 곳이 아니면 갈아입지 않을 예정이다.


사막 횡단을 한 팀은 40일간 낙타유와 대추야자, 비상식량으로 지냈으며, 온도는 최고 47~65도를 견디어야 했다. 우리는 그에 비하면 모험도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

배가 고플 때, 비를 맞으며 한없이 걸어야 할 때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하고 두렵다. 첫째는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친구들과 SNS를 하지 못하고, 게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일정을 정하고 티켓을 사거나, 식사 준비를 하고, 영수증 정리를 하며 돈의 지출과 예산을 관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기와 그림 그리기, 영상 만들기를 통해 자신만의 기록을 쌓아갈 것이다.


사막 횡단팀의 스폰서는 캐나다 교육청이었다. 왜 교육청이 후원하였을까. 그 과정을 통해 6명이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팀원과의 관계, 자연 앞에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용기를 배운다. 우리는 그에 비하면 모험도 아니다.


95세 노모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

말로는 “내 걱정하지 말고 잘 갔다 와.”라고 하실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가슴은 턱 내려앉을 것이다. 6개월을 어떻게 기다릴지 까마득하실 것이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올 거야”

“은행잎이 다 떨어질 때쯤 올 거야”

하며 자신을 위로할 말을 생각하고 이겨낼 것이다.


각국의 시차 때문에 연락하는 시간이 달라지면 온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질 것이고, 혼잣소리로 여행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몇 번은 화를 내실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캐나다 교육청처럼 위급할 때 헬기를 보내 줄 수도 없고, 식량을 보내줄 수도 없지만 어떤 후원자 보다 기도와 축복을 하며 기다려 주실 것이다. 우리는 캐나다 교육청보다 더 강력한 후원자를 가지고 있다.


두려움은 생각할수록 무거워진다. 지금 해결 방법은 없다.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그때 할걸.”

“ 그곳을 가보고 싶었어.”

나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40일간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견디는 사람도 있는데, 6개월간의 여행을 두려워하며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 배에 탄 우리는 무거운 두려움을 배의 맨 밑에 깔아 중심을 잡아 보려고 한다.




AI는 이번 주에도 나와 고민을 같이 해 주며, 멋진 그림을 그려주었다.

앞으로 내 머릿속 대형 계산기는 AI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가 나보다 훨씬 계산을 잘할 것 같아서이다.



* 사막 횡단의 리더 캐나다인 탐험가 제이미 클라크(Jamie Clarke)

Desert Trek Battle of Man Versus Himself - Los Angeles Times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