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담요, 애착 인형
“꼭 가지고 갈 것 10개를 적어서 카톡에 올려줘.”
“다 썼어요.”
“10개 넘어도 돼요?”
“할머니, 이거 괜찮아요?”
줌을 시작하며 필요한 물건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이 분주하다. 각자 적은 것을 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셋째는 자기 키만 한 인형을 가져가겠다고 하고, 첫째는 신생아 때 쓰던 담요 두 장을 가지고 가야 한단다. 14년이 지난, 나달 나달하고 꼬질꼬질한 담요를 어디든 가지고 다닌다. 왜 두 개가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연년생 동생 둘이 태어날 때마다 그를 위로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백팩 속에는 따스한 애착 담요 두 개와 차가운 아이패드가 항상 들어있다.
인형은 작은 것으로 타협이 될 것 같은데, 담요는 도저히 떼어놓을 수가 없다. 주머니를 만들어 목베개로 변형을 해서 부피를 줄여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준비물 이야기를 하면서 세 가지로 분류가 되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옷, 세면도구, 상비약 등은 필요하면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것이다. 짐 챙길 때 빠져도 엉뚱한 소비를 한다는 것 외에 문제는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요즘은 어느 나라나 중고 물건을 파는 곳이 있어서 급한 옷이나 신발 등은 거기서 사면 된다. 떠날 때 기부하고 오면 짐은 다시 가벼워질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첫째의 애착 담요는 잠자리가 바뀌고 불편한 환경에서 그 아이를 편안히 잠들게 해 줄 것이며, 95세 어머니표 김치 소스는 응급으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남편의 당뇨약과 닳고 닳은 스위스 칼, 나의 오래된 노트북은 새것으로 바꿀 수 없다. 이런 것들은 낡았지만 집을 떠난 우리의 마음을 지켜 줄 것이며, 돌아가야 할 곳을 알게 해 줄 것이다.
가볍지만 중요한 서류들이다.
여권과 국제 운전면허증의 만료일을 확인하고, 미성년 손주들과의 관계를 증명할 서류를 챙긴다. 두바이에서 여행사를 하면서, 아기를 고향 친척에게 보내는 엄마의 서류를 도와준 적이 있다. 인신매매로 오해받을 수 있어서 *아포스티유(Apostille)나 영사 인증을 받는 일은 필수였다. 비록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이는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방문하는 나라의 법을 존중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준비하면서 빠지는 것이 있고, 현지에서는 생각 못 한 일이 벌어진다. 유럽의 집시나 뜬금없이 나타나는 좀도둑을 생각하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도 함께 간다.
짐을 싸는 일은 크기나 무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마음의 문제다. 짐은 미니멀하게 준비하면서 생각은 맥시멀에 머물러 있다면, 그 여행은 내내 버겁고 피곤할 것이다. 아무리 무겁고 부피가 커도 놓지 못하는 물건은 기꺼이 동행해야 하듯이 말이다. 여행을 떠나며 끝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무거운 짐은 우리 자신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여행 중 여권 보관법, 현금 관리, 준비물에 관한 정보가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아포스티유는 한 국가의 공문서(또는 공증 문서)가 다른 국가에서도 법적 효력을 가지도록, 해당 국가의 정부(외교부)가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주는 국제적 인증입니다.
이번 연재에서 AI는 서류 준비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어서 도움이 되었다. 질문만 하면 척척 대답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든든하다. 그림도 점점 내 마음에 들게 그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