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계약서

아이들이 쓰는

by 영동 나나

“오늘은 무슨 얘기할 거예요?”

“여행 중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정리해 보자.”


아이들은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숙이고 적는다.


“다 썼어요!”


아이들이 써 놓은 것에 내 염려를 더해 우리의 ‘동행 계약서’를 만들며 평소 생활에 대한 정리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디에서 생활하던 그곳이 우리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싸우지 말기’에서 ‘해지기 전의 화해’로

세 아이가 모두 첫 번째로 쓴 것은 ‘싸우지 말기”이다. 얼마나 많이 싸우며 살고 있는지 실감 난다. 연년생인 세 아이는 말싸움, 몸싸움, 자리싸움, 괜한 싸움도 한다. 이젠 덩치까지 커서 한바탕 하면 ‘형제의 난’이 벌어진 듯 천장의 등이 움직인다. 나는 그들의 다짐을 믿는다. 하나를 더해야겠다. "싸울 수는 있다. 다만, 같은 날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화해하자."


‘말 잘 듣기’에서 ‘표현하기’로

어른은 아이들에게 말 잘 들으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어른의 말 중 들을 만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여행을 가서 당연히 어른의 결정을 지키고, 따라야 하지만 잔소리는 하고 싶지 않고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싶다. 생각이 그렇다는 얘기다.

특히 첫째가 쓴 “징징대지 않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징징대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전에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방법을 이용한다. "화가 날 땐 깊은 숨을 세 번 쉬고, '나 지금 화가 났어'라고 명확히 말하자." 우리는 소통이 중요하다.


‘12시 안에 자기’에서 ‘아침 10분의 회의’로

둘째가 쓴 ‘12시 안에 자기’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학교를 안 가니까 그렇게 썼다고 한다. 일정이 끝나면 게임을 하려고 꾀를 낸 것이다. 12시에 자는 것이 아니라 8시간 이상은 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10분 회의를 하며, 각자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일정을 확인한다. 그 아침의 상태가 그날의 상태일 테니까 말이다.


‘내 물건 챙기기’에서 ‘외교관의 품격’으로

셋째는 ‘자기 물건 챙기기’와 ‘물건 빌리면 다시 주기’를 썼다. 자신과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고 또 우리가 방문하는 곳과 그곳의 사람들도 챙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스스로 파견된 외교관과 같다. 우리 모습이 한국의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타인을 도와주면 보너스를 주기로 한다." 내 가방 속 물건도 중요하지만, 타인에 대한 예의를 먼저 차리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혼자 다니지 않기’에서 ‘한 배를 탄 원팀’으로

아이들은 어른과 헤어질까 봐 불안해하며 ‘혼자 다니지 않기’를 약속했다. 아이들이 원했지만, 실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것이다. 행동이 느린 할아버지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할머니를 챙겨 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 그렇다.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정한 안전 수칙을 존중한다." 각자가 아닌 ‘우리’로 움직여야 한다.


아이들이 써 준 내용은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아는 것을 지키고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우리는 그 어려운 것을 같이 지키고 해 내려고 한다. 떠나기 전 한 장의 서류로 만든 ‘동행 계약서’에 각자 사인을 할 것이다. 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잊지는 않을 것이다.






AI는 동행 계약서에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너무 진지해서 부담이 되었다. 이번 주는 나 때문에 AI가 고생을 많이 했다. 나는 십계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계약서보다는 지킬 수 있는 계약서를 만들어야 했다.


#여행#동행계약서#십계명#아이들#약속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