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by 노을여운

몇 번이나 엄마 마음을 짓밟고, 가족 관계를 파탄시킨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흔히들 가장 성공한 복수는 내가 잘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잘 살아낼 것입니다

그러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매번 주변 사람들이 아빠가 진 빚을 갚아주지만

본인은 그저 '미안하다'라는 말로 무마하거나 넘어가는 식의 방법은

매우 무책임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빠가 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갖길 바랐지만

아빠에게선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어른의 정의는 '본인이 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아빠는 머리만 희끗한 중년이지 그저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아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몸만 자랐지 마음은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인 '무늬만 어른'이 주변에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라면 십분 이해할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겠지만

'무늬만 어른'을 이해할 만한 심적, 시간적 여유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그렇다면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요..

내 마음은 이미 수백번 짓물러서 진물이 나오고 있는데

아빠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게 분명할 거니까요


우선 저는 그동안 아빠와 딸로서 쌓아온 추억과 정을 조금씩 지우려합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악플이 아닌 무관심과 냉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빠에 관한 것이라면 어떠한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게 얼음처럼 차가운 유리가슴을 가지려 합니다


이건 저에게도 벌입니다

사실 사람인 이상 아주 조금의 안타까움, 동정심, 연민이 들긴 마련이거든요

아빠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늘 제 머리를 감겨주었습니다

어느날 아빠가 취한 채 집에 들어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제 머리를 감겨준 기억이 납니다

혹은 중학교 때 수행평가를 한다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심히 농구를 한 기억도 납니다

아빠도 주말엔 쉬고 싶었을 텐데 늘 저랑 제 동생과 함께 등산하고, 축구하고, 농구하고, 자전걸 타주었습니다

쓰다 보니 또 저 아래 기억 한켠에 묻어두었던 여러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요..

하지만 더이상 아빠와의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기에 아빠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을 떨쳐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잘 사는 겁니다

그냥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티를 팍팍 내는 겁니다!

엄마는 아직도 아빠와 연락을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엄마에겐 30년 세월을 같이 살아온 동반자이고, 엄마도 이별은 처음이니까요

저는 그럴수록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려 합니다

안정감과 행복감이 엄마 안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올라 엄마가 행복한 티를 팍팍 내지 않으면 못배기게끔요


이 정도면 아빠에게 강력한 한 방이 되려나요?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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