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스라이팅의 귀재이기도 합니다
가스라이팅이 무서운 건,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뭐든 다 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 처음 코인으로 큰 돈을 날린 걸 엄마한테 걸렸을 때,
아빠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집을 팔아 반반 나눠갖고, 이혼하자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엄마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울화통이 치민 엄마는 아빠의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논리적으로 방어하려고 했으나
논리가 어떻게 무논리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아빠는 집을 나가버렸고, 엄마는 아빠를 달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의 패배였습니다
그리고 한달 전 아빠가 또 코인으로 돈 날린 것을 들켰을때도 아빠는 약간 주저하듯 당황하더니 이내 써둔 편지가 있으니 읽어보라며 휙-하고 집을 나갈 뿐이었습니다
편지야말로 지극히 구구절절한 말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엄마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과거보가 단단해졌습니다
제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죠
아빠에게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린 아빠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야"
"어디야 뭐해"
"편지 읽었어?"
"전화 안받으면 실종 신고 할거야"
웃기죠
죄를 저지른 사람이 저희에게 전화 안 받는다고 따지는 꼴이니
하지만 고단수의 아빠는 끝끝내 엄마를 꺾어버렸습니다
엄마가 사준 새옷을 입고
"그럭저럭 봐줄만하지 않아?"
라고 카톡을 보낸 겁니다
'당신이 전화 안 받으면 나 어떻게 될지 몰라'라며
엄마를 협박한 겁니다
그 카톡을 본 순간 엄마는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의 두번째 패배였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아빠는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주변 사람들 아무도 돈을 안 빌려주냐면서 통곡하듯 울더니 다시 또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해달라며 살살 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교묘히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특히 엄마 같이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백전배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 그런 메타인지를 장착하긴 꽤 어렵습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외부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엄마의 제1조력자로서,
엄마에게 끊임없이 객관적인 상황을 전달하였고,
아빠는 불쌍한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고 상황을 재정의했습니다
이제서야 엄마는 가까스로
아빠가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은 결혼 생활 30년 내내 속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가스라이팅에 당한 것을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