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_짐 분실 > 거지꼴로 여행 > 짐 찾음 > 한식 파뤼~
여행지에서 느낀 뭉클함, 체코 여행 중 프라하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첫 유럽 여행이라 긴장과 설렘으로 떠난 프라하!
비용을 아껴야 하기에, 비교적 싼 비행기를 타고 열심히 환승도 하며 프라하에 도착하였다.
유럽은 처음이라 밤에 도착하는 게 무서웠던 나는 숙소에 픽업 서비스도 신청해뒀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내 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모니터에는 분명 짐이 다 나왔다고 하고, 컨베이어 벨트도 멈췄는데 내 캐리어가...없었다...
'내가 뭘 잘못 알았겠지... 여기가 아닌가...'라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항공사 카운터에 갔다.
나 : 제 짐이 도착을 안했어요
직원 : (너무 자연스럽게) 그래요? 여기서 캐리어 회사, 색깔, 머무는 곳 주소, 전화번호 (중략) 적고 가세요
나 : (뭐지...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내 캐리어가 어느 회사 것이었지...)
다 적고, 미리 상황에 대해 연락은 드렸지만 오랫동안 날 기다려주신 숙소 관계자 분을 만나러 갔다.
솔직히 머릿속은 '삐-' 상태였다. 당장 씻을 것도, 옷도, 뭐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몸만 프라하에 온 것이다.
숙소 관계자 : 어떻게 되었어요?
나 : 아...그냥 주소랑 연락처 적으라고 해서 적고 왔어요...(멘붕)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숙소 관계자 : 괜찮아요. 항공사가 XXX라고 했죠? 거기 원래 짐 분실로 유명해요. 예전 손님 중에도 그런 분 있었어요. 그래도 1~2일 있다가 오는 경우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기다려봐요. 프라하 정말 예쁜데, 야경 쓱~ 둘러보고 갈까요?
나 : 네... (머릿속에 아무 생각 없음)
아마 지금이었다면 ① 간단한 세면도구라도 비행기에 들고 탔을 거고 ② 뭐, 어떻게 되겠지...! 란 마음이었겠지만, 첫 유럽여행 + 혼자 + 밤 도착(물건을 살 수도 없음)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런데 픽업 차 조수석에 앉아 설명을 들으면서 프라하 야경을 보는데, 참...예쁜 것이 아닌가?
숙소 관계자 : 여기가 유명한 프라하성 올라가는 길이에요. 뒷길 쪽이 예쁘니 나중에 꼭 가보세요~
저기 포장마차 보이시죠? 한국인이 하는 곳인데 닭발집이에요! (중략)
나 : (예쁘다...♥)
정신이 반쯤 나간 나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시고, 드라이브하며 도시도 설명해주시는데,
프라하가 너무 예뻐서 기분이 참 오묘했다. 너무 예쁜 도시에 내가 거지꼴로 왔구나....! :D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 사장님이 따스히 맞이해주셨다.
숙소 주인 : 짐 분실되었다면서요~
나 : 네, 하하하....당장 세수할 것도, 옷도 아무것도 없고... 내일은 숙소에 있어야 할까 봐요
숙소 주인 : 그러지 말고, 내일 아침에 팁 투어 참여해보세요. 이렇게 마음 뒤숭숭할 때, 그리고 예쁜 프라하에 여행 왔는데 잘 다녀야지요~ 짐은 항공사에서 연락 오면 바로 연락 줄게요! 그리고 이거 (코젤 맥주) 드시고 주무세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요!
나 : (그래! 어렵게 직장에 휴가 내고 온 첫 유럽여행인데, 거지꼴이면 어때!! 더 잘 다녀보자!)
장시간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옷을 똑같이 입고, 물로 대충 씻고, 로션이고 뭐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로 나는 다음날 일찍 팁 투어에 참여했다. 꼴은 좋지 못하였으나, 기분은 너무 좋았다. 프라하는 밤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멋졌다.
그리고 기적처럼, 팁 투어를 다니고 있던 중 오후 늦게 숙소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항공사에서 짐을 찾았다고...! 숙소로 보내준다고 했다고!! (오예~)
오전/오후 팁 투어를 모두 참여하고, 늦게 숙소에 더 거지꼴로 도착한 나
숙소 주인 : 짐은 아마 내일 도착할 것 같아요. 숙소 근처 가면, 큰 슈퍼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사요.
그리고, 잘하는 한식집도 있으니 혹시 한식 먹고 싶으면 가봐요!
나 : 네, 감사합니다. 팁 투어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몸은 너무나 피곤했지만, 짐 찾은 기쁨을 혼자라도 즐기고자 나는 소개받은 한식집에 가서 짬뽕(!!)을 먹었다.
(긴장이 확 풀려서 그런지 매운 걸 먹고 싶어 짬뽕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짬뽕 맛집! 프라하에서 만난 한인 분께 짬뽕 먹으러 자주 가는 곳이라 들었다)
식당에서도 혼자 온 나를 참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도 줄 서서 먹었는데 현지인들을 포함하여 왜 줄 서서 먹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첫 유럽여행이 벌써 3년 전이다. 꼭 프라하는 다시 가고싶다.
숙소 사장님, 식당 사장님!
제 첫 유럽여행이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는데,
덕분에 따스한 추억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끝나면 꼭! 프라하 다시 갈게요~
* '여행 뭉클' 시리즈를 쓰는 이유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yjluck/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