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뭉클_#1. 그렇게 시키면 다 못 먹을 텐데...

스페인 세비야_식당에서 만난 종업원

by ㅇㅈluck
여행지에서 '뭉클함' 느낀 적 있으신가요?


사실, 여행은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나 나처럼 혼자 아무 계획 없이 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건/사고와 고생은 당연한 거다. (하루 3만보씩 걷고, 공항에서 노숙하고, 비 맞고 짐 분실해서 거지꼴로 다니고 등)


하지만 이상하게 나중에 일상으로 돌아오면 친절, 미소, 손짓 등 소소하지만 마음이 따스해졌던 그 순간들만 떠오른다. 여행에 대한 좋은 글/그림, 정확한 정보는 이미 많으니 나는 주관적으로 느꼈던 그 순간, 그 '뭉클함'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먼저, 스페인 여행 중 세비야에서의 이야기부터 시작!




#1. 그렇게 시키면 다 못 먹을 텐데... 다 드시고 배고프시면 추가로 주문하세요~


스페인 세비야_숙소 앞 레스토랑_(걱정 한가득 표정으로) 이렇게 시키면 다 못 먹을 텐데...ㅠㅠ

바르셀로나에서 세비야로 비행기 타고 도착! 배는 고프고, 체크인 시간은 남아서 어차피 씻지도 못하고...

하여 짐만 숙소에 맡기고 근처 식당을 알아보러 나갔다. 내가 여행지에서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구글맵을 켠다

2) 현재 위치를 잡는다

3) 지도에 보이는 주변 식당을 마구 클릭한다

4) 별(평점)과 함께 리뷰를 본다

(관광지에서 한국인이 남긴 평점 없는 식당 거의 없음.

그것도 혹시 누가 알아볼까 번역기로 돌려도 알 수 없고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수두룩!)


숙소에서 1분 거리 식당에 빠에야와 치킨 누들이 맛있다는 사진과 후기를 보고 망설임 없이 바로 출발!

아직 오픈 전이라 테이블에 앉아 잠시 기다리며 미리 주문을 하였다.

후기에 이렇게 다 맛있다고 적혀있는데 어떻게 안 시킬 수 있겠어요~


나 : (사진으로 이미 현혹됨) 빠에야와 치킨 누들, 음료 이렇게 주문할게요!

종업원 : 빠에야 작은 거 말씀하시는 거죠?

나 : (후기에서 맛있다고 큰 거 먹으라고 했음) 아니요! 큰 걸로 주세요~

종업원 : (난감) 너무 많을 텐데...

나 : (구글맵 켜고 후기 사진 보여드림) 괜찮아요. 이 사진에 있는 거 다~ 주세요! (자신감)

종업원 : 이건 어디에 올라와있는 거예요? (웃음) 이건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요

나 : (내 먹성을 어찌 보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주세요!

종업원 : (이렇게 시킨 사람은 처음이었던 듯)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나 : (꼴도 이상한데, 이리 많이 시키고 한국인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망설이다가) 한국인이에요

종업원 : 알겠어요. 주문 넣어드릴게요

(주문 넣으러 식당에 들어갔다가 3초 만에 바로 다시 나옴)

종업원 : (엄청 따~순 말투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아요ㅠㅠ 일단 빠에야 작은 것 먼저 먹어보고 배고프면 누들 추가 주문하세요. 어떠세요?

나 :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이 느껴졌음) 알겠어요, 감사해요!


빠에야 작은 사이즈를 먹고 나자 적당히 배가 불렀고, 누들을 시켰으면 다 먹지는 못했겠다... 는 생각이 들자 약간 머쓱해졌다. 내가 처음에 다~ 시켰을 때 종업원은 얼마나 난감했을까?

맛있게 싹싹 다 긁어먹고 종업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식당을 나왔다.

(왼) 식당에서 본 골목길 / (우) 맛있게 먹은 빠에야 (싹싹 다 긁어먹음)

숙소 바로 앞 식당이라 그 뒤로도 종종 지나가면서 그 종업원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치킨 누들 먹으러 한 번 더 가야지' 생각했는데 동선이 맞지 않아 가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사실, 종업원 입장에서 손님이 뭐를 시키든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분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그 분 입장에서 나는 이상한 외국인이었을 수 있지만ㅎㅎ) 나는 그 덕분에 세비야 여행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세비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그 순간이 떠올라 웃게 된다.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세비야에서의 첫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D


+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그 기억이 더 강렬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래서 이렇게 작고 소소한, 그렇지만 고맙고 뭉클한 순간들을 추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 잠시나마 웃음을 짓게 하고, 그 웃음이 슬픔을 잊게 하는 힘이 된다.


++ 나의 뭉클한 순간을 공유하는 이 시리즈가 여러분에게도 그런 힘이 되길 바란다.


식사 중 보았던 옆 가게 손님 강아지 (유럽에는 이렇게 큰 강아지가 많다)
(보너스) 덥지만 예뻤던 세비야 골목 (세로 영상인 게 아숩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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