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면 뭐해, 코로나 하나 못 막는데!

영화 <시리어스 맨>

by 윰 에디터
출처: 네이버 영화

<시리어스 맨>을 본 지 어언 2년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갑자기 이 영화가 불현듯 떠오른 이유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국으로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까?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은 대학 교수로 별 걱정없이 살 것 같았던 주인공 래리가 곤란한 상황에 계속해서 맞닿아뜨리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다. 그가 처한 통제 불가능한 일들을 당신이 처한 것처럼 서술하자면 이와 같다.



- 당신은 모대학의 교수이며, 언제나와 같이 '내 일에만' 집중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사건에 엮이게 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


A. 당신의 수업을 듣던 외국인 유학생이 성적을 올려달라고 촌지를 몰래 당신의 책상 위에 두고갔다. 이를 나중에 안 당신이 학생에게 "받을 수 없다."라고 대답하자, 유학생과 그 부모는 오히려 당신을 명예훼손죄로 다시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B. 당신의 배우자는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고 있다. 갑자기 배우자의 내연남(녀)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그 장례식장 비용이 당신에게 청구되었다.


C. 당신의 10대 자식은 몰래 대마초를 피우는 등 비행을 일삼는다. 자식의 취미는 값비싼 레코드를 당신의 이름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당신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간다.


D. 정신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그 상대는 말도 안되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E. 여차저차 넘어가 다시 인생을 새로 살아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의사가 검진 결과에 대해 급하게 할 말이 있다며 내원하라고 연락을 한다.


F. 의사의 전화를 받는 동안, 갑자기 뒤에서 거대한 허리케인이 덮쳐온다.



우리는 위의 상황과 같은 '외부적' 위협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무리 내 성적, 내 커리어가 의지와 노력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들, -바람 피는 배우자, 닥쳐온 허리케인, 원하지 않는 뇌물과 상상도 못한 정신과 의사의 무능함- 이 모든 건 우리가 절대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필자는 최근 정시 퇴근을 하고 저녁마다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꽤 워라벨 좋은 삶을 즐기다가 최근 불거진 코로나 사태를 눈으로 귀로 체감하며 "내 삶은 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린 래리처럼 매일 받아들여야만 하는 외부적 일에 당황만 할 줄 알지, 해결하는 법은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물론 이 일은 자기관리와는 별개의 사건들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타인을 깊게 받아들이고, 하나하나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우린 갈 곳을 잃는다.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에 우리의 생각을 더하는 형태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내일 눈을 뜨면 더 큰 감염자에 휩싸일 수도 있고, 갑자기 백신이 완성되어 '해프닝'정도로 현재 사태가 마무리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천재지변으로 인해 또다시 두려움에 떨수도 있다. 아니? 갑자기 10년지기 절친한 친구가 당신의 남자친구와 바람을 필 수도 있고, 집으로 이상한 소포가 배달되어 괴상한 일에 연루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이제, 조금은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완전히 인생을 내려놓자는 의미가 아니라 소소한 관계와 상대방의 서투른 언행 등에 크게 신경을 쏟지 말자는 뜻이다. 내일 생길 어이없는 현상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온 힘을 써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집 지붕에 대체 어떤 장식을 해야할지, 상사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내 존재가 특별해지려면 얼마나 노력해야할지"를 지금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우리에게 코엔 형제는 격려가 아닌 곧이 곧대로의 현실적 '냉소'를 던지고 있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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