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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29. 2020

[박명수와 우디엘런] 인생은... 운이야!

무한도전이 종영한지 2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온라인 속에선 무한도전의 인기는 건재하다. 유튜브에선 예전 무한도전의 에피소드들이 100만회의 조회수를 자랑하고 댓글은 무도의 귀환을 기다리는 누리꾼들로 가득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수많은 무한도전의 콘텐츠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박명수 짤'이다. 그는 "노력보단 타고나야 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늦었다." "일찍 일어난 새가 피곤하다." 등 기존에 존재한 관념들을 깨부수는 신박한 조언들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이렇듯 박명수 어록이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사는 이유는 그의 말이 뜬구름만 잡는 희망고문이 아닌, 현실적인 처세술을 뜻하기 때문이다.

오늘 생각해 볼 주제는 위에 박명수가 말하고 있는 99%의 '운'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스스로 체제의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 성취를 하고 이 성취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한국인들은 노력하면 전세계에서 빠지지않고 거론될 정도로,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목표를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다른 톱니바퀴보다 조금 더 잘살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며, 인간이 계속해서 삶을 유영해가는 이유 또한 성장하고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박명수 짤이 인기를 얻는 현상은 현대인들이 비슷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운이 좋아' 원하는 걸 쟁취해내는 야속함을 누구나 품고 산다는 말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구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무기력하게 운을 갈구하게 만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출처: 네이버 영화

미국의 영화감독 우디엘런은 <매치포인트>에서 인간의 이러한 성취욕과 그를 둘러싼 치정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테니스 강사 크리스는 성공에 대한 욕망이 매우 강한 자로, 테니스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영국 부유층 자제인 톰의 여동생 클로애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그는 톰의 약혼녀 노라를 보고 반하게 되고 그녀와 은밀한 만남을 이어나간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우디엘런식 '사랑과 전쟁' 레퍼토리 같지만 <매치 포인트>는 다르다. 사랑은 그저 주제를 거들고 있을 뿐,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1점(match-point)은 사랑도, 가족도, 인성도 아닌 그저 설명 불가능한 운이었다.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운 좋은 놈'인 크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채우려 한다. 온갖 가식을 떨며 아내를 속여 막대한 부를 얻고,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비열한 수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절대 내막을 들키지 않고, 거짓된 명성을 이어나간다.


우디엘런식 '비틀기'는 타인의 영화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를 발견하게 만드는 기현상을 이끌어낸다. 관객들은 크리스가 직접 범한 죄에 대해 경찰에게 들키지 않길 바라고 어딘가 부족한 주인공에게 완전히 이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박명수의 정석이 아닌 B급이라 여겨지는 말들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양상을 관통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선하게 살라고, 고통 끝에 낙이 온다고 그렇게 배웠건만 우리네 사람들은 점점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영화 속 크리스같이 '횡재'를 잡아 편안하지만 누구보다도 잘난 인생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치만 <매치포인트>가 함축하는 의미는 보이는 것보다 더욱 크다. 영화는 크리스의 인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다시 시작된다. 그의 다음 경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1세트의 매치포인트는 성공했을지 언정, 다음 세트부턴 두고봐야 할 것이다. 권선징악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어째 우린 이기적인 사람에게만 돌아오는 단 하나의 운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맘때쯤, 크리스의 라스트 매치 결과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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