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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Mar 29. 2020

콘텐츠의 무한한 잠재성을 제시하다 : <킹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KINGDOM

최근 넷플릭스의 킹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형적인 '한드'의 색을 버리고, 넷플릭스형 '미드'의 특성을 취한 킹덤은 '한드'의 방향성을 다시금 제시함으로써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았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킹덤이 넷플릭스라는 전환된 플랫폼에서 방영되었단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지닌 또다른 요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의 무한한 잠재성'. 킹덤은 이제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 넣었단 점에서, 우리에게 크나큰 시사점을 안기고 있다.


'한국형 사극'과 '좀비물'은 어렸을 적부터 영상물을 봐온 사람이면 한번 쯤은 무조건 접했을, '흔하다면 흔한' 콘텐츠 소재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머릿 속에서 사극과 좀비를 엮어 상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킹덤은 이러한 연결성이 적어 보이는 흔한 소재 2가지를 하나로 묶어 이질적이지만 매력적인 장르를 만들어냈다.

20세기에 TV가 탄생한 후, 잡스의 스마트폰이 탄생하고 2020년 현재, 우린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등등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골라보고 내가 나오는 영상을 직접 올리기까지 한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콘텐츠들은 꾸준히 생성되고 소비된다. 쏟아지는 콘텐츠에 유튜버들과 방송인들은 가학적인 방송이나 표절, 상대방의 논란을 부추기는 '어그로성' 콘텐츠를 통해 이젠 구독자가 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부단히 애쓴다. 이러한 부작용의 원인 중 하나는 콘텐츠의 가뭄이라고 볼 수 있다. 수십년 간 지속된 콘텐츠 전쟁은 우리의 재미를 부추김과 동시에 소재 고갈이란 어마어마한 큰 도전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킹덤은 이러한 현대 미디어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유의미한 콘텐츠는 아직까지 탄생할 수 있고, 그것이 완전히 처음 보는 소재가 아닐지라도 신선하고 충격적인 기획과 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형 사극물이 가지고 있던 붉은 이미지의 미장센이 좀비물 특유의 그로테스크함과 합쳐져, 킹덤은 외국의 여타 좀비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K-좀비'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킹덤이 전염병과 좀비라는 주제에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의 근본을 조선시대 사극이라는 확실한 시대적 배경에 두었기 때문이다. 즉 킹덤은 새로움과 익숙함. 이 모두를 넘나드는 콘텐츠야 말로 지금 세계가 원하는 가장 참신한 콘텐츠라고 말하고 있다.


제 아무리 충격요법이 강하다 하지만, 피바람 부는 킹덤의 속내에는 많은 서민들의 애환과 공감이 담겨져 있다. 전염병 하나가 세상을 뒤흔드는 시국 속에서, 어딘가 슬퍼 보이는 킹덤의 등장인물들은 현대인들과 많이 닮아있다. 김은희 작가는 '데일리안'의 [D:인터뷰](부수정 기자)에서 "좀비물의 매력은 긴장감을 준다는 거죠. '희망이 없는 사라진 시대를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좀비물을 계속 보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성찰, 이미 시중에 몇 번 다뤄진 주제를 과감하게 택한 김작가의 용기처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소재 고갈이란 끝나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콘텐츠를 다시 재생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길 또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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