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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Dec 16. 2020

리비에라의 프리덤 #2

해영은 거울을 보고 있다. 파리에서 넘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침, 해영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꼭두새벽부터 나갈 준비를 한다.


"일어나. 우리 오늘이 제일 바쁘잖아."

"나 빡빡하게 여행하는 거 싫다니깐-"


나는 정처없이 걷는 게 좋다. 여행은 그렇기에 소중하다. 새로운 걸 찾아서 좋은게 아닌, 기존의 것도 내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으니까 매력적이다.


해영과는 사실 한국에서 그다지 친하진 않았지만,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다보니 여행 얘기가 나왔고 낡은 서점에서 둘이 번 돈으로 지금 이 곳에까지 오게 되었다. 해영은 프랑스가 좋다 했다. 프랑스의 리비에라에는 파란 해변이 있다고 했다. 덜컥 나는 바다의 향기를 맡아 버렸고, 함께 보러 가자고 말해버렸다. 그 때의 나는 내가 자유로운 인간임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가 몰랐던 나의 모습이 이런거야-


"해영아 우리 레테 앙 두스부터 갈까? 그리고 이따 밤엔 바다 야경 꼭 봐야돼."

"그럴까? 근데 말이야, 너 좀 수상해."

"무슨 말이야?"

"아니다, 별 거 아니야."


뭐야 별안간- 이상한 년이야. 도대체 뭐냐며 방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노란 계단이 마치 곧 쓰러질 것 같이 불안해보이는 괴상한 집이었다. 숙박비를 아끼느라 잡은 곳이지만, 우리 둘 다 그런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유럽의 괴짜같은 집에서 살아보는 것도 낭만이라고 말이 안되는 소리만 하느라 바빴다.


레테 앙 두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해영이 아는 친구가 알려줬다고 하는데, 꼭 입소문에 찾아오는 곳들은 규모가 작다. 데킬라와 블랙 러시안 중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해영이 갑작스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괜히 말을 건다.


"한국이랑 되게 다르네, 너."

"뭐가 달라? 너 아까부터 자꾸 사람 간본다."

"내가 뭘? 한국에선 아등바등하더니, 여기선 아주 살 판 난 것 같아."

"그럴려고 여행오는 거지."

"여행도 결국 일상의 연장선일 뿐이야."

"아니 여행은 일탈이야."


해영의 이어지는 말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웨이터에게 데킬라 한 잔을 달라고 말했고, 해영은 음식을 주문한다. 발사믹 샐러드 한 접시와, 스테이크. 우리 앞에 앉은 남자를 괜히 쳐다보다 다시 해영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곤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해영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내가 뭐가 수상한데? 응?"

"아니 그냥.. 너가 저번에 바다 석양은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보는 거라며.."

"...내가 그랬었나?"


주문했던 음식이 나오고 스테이크를 벽돌같이 잘라서 내 입에 쑤셔 넣었다. 해영은 나를 응시하는 눈빛을 접지 않는다.


"너 나 좋아하는 거지.. 그지."

"단정하지마."


의도치 않게 차가운 말투가 나왔다. 당황하면 나오는 버릇이다. 바보같이 머리엔 석양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내가 리비에라에 온 이유, 바다 냄새를 너에게서 맡았던 이유. 그 모든게 석양 안에 있을 것이다. 해서 오늘 널 그 곳에 꼭 데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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