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는 베란다 옆에 있다
연탄불은 소파 밑에 쓰러져 있고
소파는 불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발견한 경찰들은 죽음을 보고하고 있다
노부부 중 남자는 평생 쓰고 다닌 안경을 손에 쥐고
입을 벌리고 죽어있다
그의 몸 밑에는 여자가 빨아준 축축한 이불이 깔려있다
여자는 자주 입던 파란색 옷을 입고 앉아있다
평소 당신이 자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관 중 한 명은 여자의 얼굴이
자신의 누구와 닮았는지 쭈그려 앉아 응시한다
여자의 손에 유서가 들려있다
경찰관은 집게를 이를 간신히 집어 봉투에 넣는다
빌라의 밖에선 새학기를 끝낸 아이들이 저마다의 욕지거리를 뱉으며 지나가는 소리가 울린다
사진을 찍던 수사관이 노부부의 사진을 밟는다
떨어진 몇 장의 사진 중 그들의 것은 없다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몇 가지의 나무 사진 뿐이다
여자를 바라보던 경찰관은 다리가 아픈지 일어선다
이제 그들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 곳에 없다
그들은 비로소 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