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를 키워준 여자들에게
과일가게에 모여있던 여인들
그들의 웃음엔 서리가 껴있다
깨져있는 그릇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과일들
난 그 속에 있었어도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계를 상실하고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때에 웃고 있었다
찬 바람 속에 흰 눈을 밟고
깨진 접시를 치우던 대낮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여공도 아니고 여학생도 아니고 여선생도 아니던
하이얀 얼굴을 한 여인
그 여자는 특히 울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이 반찬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녀에게선 해묵은 젓갈 냄새가 났다
이름이 없어도,
접시를 깨뜨리지 않았는데도, 치워야 했던
이 여자들은
옆집 사내의 이름이
우습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내가 내 이름에 익숙해졌을 때
세상을 떠났다
죽음의 이유에도 이름은 없었다
영정사진 밑
그들의 이름은
연희, 향자, 계용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