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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Dec 24. 2020

이름표

어릴 적 나를 키워준 여자들에게

과일가게에 모여있던 여인들
그들의 웃음엔 서리가 껴있다

깨져있는 그릇과
여기저기
굴러다니과일들

  속에 있었어도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계를 상실하고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때에 웃고 있었다
 바람 속에  눈을 밟고
깨진 접시를 치우던 대낮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여공도 아니고 여학생도 아니고 여선생도 아니던
하이얀 얼굴을  여인
 여자는 특히 울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이 반찬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녀에게선 해묵은 젓갈 냄새가 났다

이름이 없어도,
접시를 깨뜨리지 않았는데도, 치워야 했던
 여자들은

옆집 사내의 이름이
우습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자들은 내가  이름에 익숙해졌을 
세상을 떠났다
죽음의 이유에도 이름은 없었다

영정사진 
그들의 이름은
연희, 향자, 계용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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