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첫째 손녀가 이제야 왔어요
일곱살
당신의 선물에
잠을 뒤척이던
첫번째 손녀가 이제야 도착했어요
저번 달 당신이 많이 아플 때에
더 이상 굴뚝에 못올라갈 정도로
일어서질 못할 때에
전화를 받지 않은
못된 손녀가 당신을 보러 왔어요
왜 이 추운 겨울에 떠나가셨나요
당신이 좋아하던 봄이
기다리기 힘드셨나요
지금쯤 당신은
한평생 그리워하던 이북 땅을
75년만에 보러 가셨겠군요
왜 그토록 아프셨나요
못되게 살았던 지난 날에
용서를 구하지 못하고
창피함에 먼저 가버리신 건가요
당신이 수십년 전 밥먹듯이 깨뜨렸던
빨간 거울이 점점 잊혀지고,
남들에겐
미움받으면서
왜 저에겐 크리스마스마다
찾아오셨나요
할아버지
불에 타는 가족들의 혐오감 속에서
큰 손녀가 이제야
당신과 작별해요
남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당신이 죽기를 바라고 바랐을테지만
일곱살에
산타 할아버지를 마음 속에서 보내주었을 때처럼
저는 긴히 당신을 오랜만에
이렇게 떠나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