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윰 에디터 Jan 04. 2021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세계

택배를 받고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듣는다

낡은의 의미가 무엇인가

누군가 한 여름에
계단을 뛰어올라
내가 산 물건을 집까지
전해주는 게
낡은 것이야

이 물건을
자다가 나와
며칠 안감은 머리로

뜯어보는 내가, 내 손이
낡은 게 맞는지
선풍기 소리에 맞춰 누워
생각에 빠진다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웃음을 셀 수 있는
내 삶은
분명히 골동품의 그것과는 다르다

누군가가 싫으면
안만나고

먹기가 싫으면
안먹고

마음에 안들면
환불해버리는

이것을 할 수 있는
나, 지상의 나는
분명 그것의 그 사람과는 틀리다

다른게 아니라 틀리다

사회는 다르다고 가르쳤지만
오답이야

초라한 내 세상의
바다 속에서
잠식되지 못하고
떠오르는 수 만가지의 시체들

그들을 천장에서 바라보다
택배 안에 들어있던
내 옷가지를
빼놓고
바닥에 드러눕는다

이 보잘 것 없는 갈색 마룻바닥이
어쩐지 상승의 구도로

비뚤어져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