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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Jan 04. 2021

젖은 집

그 집은

옷에
무언가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는
젖은 집이었다

독립문역에서 20분을 걸어가면
아득히-

보이는
돌멩이가 많은 그 집

내 유년기의 산맥

신발 주머니를 발에
통통 튀기면서
100을 세면
도착

그 집의 담벼락은
셀 수 없이 큰 것이어서
도저히 내 힘으론
넘어갈 수 없었다
 
50까지 세면
키를 들고 나타나던
할머니

문을 열고 들어간
톳마당엔
한 여름에도 냉기가 가득 낀
서슬퍼런 반지하

바닥에 먼지를 뿌리고
쌓여있던 유리조각을 세다보면
해가 지고

서대문의 버스들은
쾅 소리를 내며
위로
위로
올라간다

해가 뜨고

대리석이 깨지는 소리

젖은 가족들은

그 집을 떠나

버스를 타고 더 위로

더 안으로

들어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10까지 세면 나의 방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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