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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Jan 19. 2021

건조한 관계

인생은 배우는 게 아니라
하나씩 버려가는 것

이란
말을 땅이 어기질듯 반추하며
혼자 걸어가는 이 밤


골목길 고양이가 도망가고 나면

마음의 가지가 자라고 있다


그곳에
같이 촬영했던 친구들이 있다
작은 카메라로
이 세상을 담으려고 했던 사내와 여인들이 있다

친구들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나는 자꾸 내 나이를 잊고 있다

필요없는 건 버리는 것이라 했는데
버리고나서야 깨닫는다


우리가 썼던 카메라도

콘크리트 바닥에 버려졌고

찍었던 필름들은

곡천을 떠돌고 있다


내가 타고 온 지하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에

여인은 처음으로 나에게 눈물을 보였고

사내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말하지 않는다

버리는 것에 익숙하여

더 이상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을 하고나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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