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배우는 게 아니라
하나씩 버려가는 것
이란
말을 땅이 어기질듯 반추하며
혼자 걸어가는 이 밤
골목길 고양이가 도망가고 나면
마음의 가지가 자라고 있다
그곳에
같이 촬영했던 친구들이 있다
작은 카메라로
이 세상을 담으려고 했던 사내와 여인들이 있다
친구들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나는 자꾸 내 나이를 잊고 있다
필요없는 건 버리는 것이라 했는데
버리고나서야 깨닫는다
우리가 썼던 카메라도
콘크리트 바닥에 버려졌고
찍었던 필름들은
곡천을 떠돌고 있다
내가 타고 온 지하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에
여인은 처음으로 나에게 눈물을 보였고
사내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말하지 않는다
버리는 것에 익숙하여
더 이상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을 하고나서야 깨닫는다